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기업이 11일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주총의 화두는 ‘주주 중시’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앞장서고 SK와 포스코도 함께한다. 이들은 배당을 늘리고 이사회를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는 등 주주권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규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회사는 드물다. 10대 그룹 계열사 50곳 중 롯데케미칼 등 4곳만 신규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지만 배당은 늘리고 신사업 투자를 줄이면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총시즌 본격 개막…불황 장기화에 신규사업 진출은 4개사뿐
◆주주권한 강화, 신사업 추가는 없어

주요 대기업의 정기 주주총회는 11일 시작된다. 11일 52개사를 시작으로 오는 18일 225개사, 25일 367개사가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는 일제히 정관을 고쳐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 중에서 선임하기로 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사봉을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엘리엇 사태’ 때 주주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정관을 고쳐 중간배당을 도입하고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 한도도 축소한다. 역시 주주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일제히 배당을 높인다. 현대차는 기말배당금을 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으로 책정했다. 중간배당금을 포함하면 총 4000원(배당성향 2.0%)으로 작년 3000원(1.7%)보다 많아진다. 현대모비스도 배당금을 주당 3500원으로 작년(3000원)보다 높였다. 기아자동차는 작년 주당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올렸다. SK텔레콤도 배당금을 주당 1만원(중간배당 1000원 포함)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배당금은 9400원이었다. 포스코는 정관을 바꿔 중간배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제과는 주식액면을 분할한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신규사업을 추가하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 50곳 가운데 LG화학 롯데케미칼 포스코 현대제철 등 4곳만 신규사업을 추가한다. 내용을 따져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의 상업화를 위해 기술판매 및 엔지니어링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 인수를 앞두고 농화학산업 등을 신규사업에 포함시켰다. 현대제철은 사외문화센터 운영을 위해 교육사업을 새로 넣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기업은 인공지능(AI)이나 드론, 스마트카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이 배당만 늘리고 신사업 투자를 줄이면 기업의 장기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원 보수 동결, 오너 경영 강화

올해 주총에서는 오너 경영인의 등기이사 복귀도 눈에 띈다. 18일 주총을 여는 SK(주)는 최태원 회장을 등기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최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두산그룹에선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다. 두산그룹에서는 (주)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박 회장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그룹 회장에 오르게 된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18일 LG화학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오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인 (주)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물러나는 오너 경영인도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 사내이사를 그만둔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도 경영권 분쟁 속에 49년 만에 롯데제과 등기이사직에서 퇴임한다.

많은 기업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 사내외이사 등의 보수한도를 동결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는 이사에게 지급할 퇴직금 적립액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기로 했다. 회장, 부회장 등의 퇴직금 적립액은 종전 대비 최대 3분의 1이 줄어든다. 이사 임기를 단축하는 곳도 있다. 경영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한화테크윈과 LG상사는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 밖에 대우인터내셔널은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바꾼다. “포스코그룹의 정체성과 대우의 브랜드파워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사명”이라는 게 대우인터내셔널 측의 설명이다.

김현석/최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