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술적 반등인듯…가격 급등락 불확실성 줄여야"

최근 들어 국제유가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저유가 여파로 신흥국 등 경제가 위축되면서 장기간 수출부진에 빠진 한국 입장에서는 원유와 원자재값 상승시 수출 회복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오름세가 기술적 반등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면서 가격 급등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유가 올해 저점보다 40% 이상 상승…구리 가격 4개월 새 최고치

9일 현재 원자재 가격은 빠르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는 지난해에만 29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며 원유시장의 지지선을 차례로 붕괴시켰으나 최근에는 올해 저점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배럴당 37.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최고치이자 2월 저점 대비 44.6% 오른 가격이다.

8일에는 소폭 떨어지며 36.50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7일 기준 배럴당 40.84달러로 작년 12월 4일 이후 최고치이다.

1월 저점 대비 46% 급등했다.

산유량 동결에 동참할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소식이 맞물린 점이 유가 반등으로 이어졌다.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3개월물 가격은 7일 기준으로 t당 5천달러를 나타냈다.

1월 저점이 4천331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5%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가격도 파운드당 2.284달러로 상승, 1월 15일 저점(1.95달러)보다 16.9% 뛰었다.

구리는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돼 세계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불리기도 한다.

구리 가격 상승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철광석 가격은 7일 기준 62.60달러로 9개월 사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작년 12월 11일 기록한 저점(37달러)보다 70% 가까이 올랐다.

◇ 수출 반등 기대감…주식 등 금융시장에도 호재 될 듯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간 수출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불과 1년여 전인 2014년 말∼2015년 초만 해도 국제유가 하락은 생산비용 절감과 가계 구매력 상승 등을 가져와 한국 경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실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꾸로였다.

저유가로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은 영향으로 전체 수출 대상국 중 신흥국 비중이 58%에 달하는 한국은 조선·건설·플랜트 등 주력 수출분야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가 지속하는 동안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작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최장기간 침체에 빠진 것이다.

이제 다시 상황이 반전돼 원유·원자재값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수출 증가는 물론 국내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과 원자재값 반등으로 인해 수출금액 증가가 예상되는 등 국내 경제 자체에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 위원은 다만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수 있고, 전년보다 수출단가 하락 폭이 줄어들면서 수출물량 확대 폭이 감소할 가능성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등의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하면서도 가격 변동이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김병환 종합정책과장은 "지금은 유가가 떨어질 때 주가도 빠지고, 유가가 오르면 주가도 오르는 모양을 보인다.

저유가가 전세계적으로 반드시 플러스가 아닌 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유가가 빠지다가 오르고 있지만, 어느 정도 오를지 전망하기는 무척 어렵다"며 "유가가 급등하는 게 좋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적정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가는 게 한국 경제에는 플러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유가 상승, 단기적 도움…급등락 따른 불확실성 막아야"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해 우리 경제에 일단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반적인 유가 상승세가 아니라 최근 달러 강세에 따른 급락세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다면서 유가의 급등락에 따른 불확실성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그동안 워낙 낮았다가 안정화되는 단계인 기술적 반등으로 보인다"고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원유 등 원자재가격 급락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세계 경제의 불안요소였는데, 이 부분이 안정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상승 폭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이런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전반적인 상승은 아닌 듯하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하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이런 불확실성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정책 당국이 환율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가 배럴당 35∼4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늦춰지면서 국제유가가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달러 약세로 유가가 올라가고 있어 세계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가 강세로 중동의 경기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우리 경제에도 호재"라며 "유가가 4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게 우리 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세종=연합뉴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