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 현장. 사진=CJ그룹 제공
지난해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 현장. 사진=CJ그룹 제공
삼성가의 '비운의 황태자'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200억원에 가까운 빚을 가족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9일 법조계와 CJ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고문과 장남 이재현 회장 등 삼남매가 낸 '한정상속승인 신고'가 올해 1월 중순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한정승인이란 상속 자산액수 만큼만 상속 채무를 책임지는 제도다.

유족이 법원에 신고한 이 명예회장의 자산은 6억여원이었지만 채무는 180여억원에 달했다.

이 명예회장이 거액의 빚을 남긴 건 2012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유산분쟁 소송에서 모두 패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인지대와 변호사 선임비로만 200억원 넘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회장이 요구한 유산은 9400억원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연대보증을 선 게 아닌 이상 이재현 회장 등이 아버지의 개인채무를 떠안을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 5녀 중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초기 제일제당 대표 등을 맡는 등 후계자 1순위로 꼽혔고,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그룹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후 이병철 회장 복귀 과정에서 벌어진 그룹 비리 청와대 투서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후계구도에서 배제됐고, 1976년 3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룹 후계자로 공표되자 삼성가를 떠났다.

그는 제일비료를 설립했다가 실패를 맛본 뒤 1980년대부터 30여 년간 해외에 체류하던 중 지난해 8월 중국에서 84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이 명예회장이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숨졌을 때 장남 이재현 회장은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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