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하지만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동결될 듯
'인하' 소수의견 확대될지 주목


'경기 나쁜데 내려야 할까, 아니면 좀 더 지켜봐야 할까'
한국은행이 10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9개월째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5%는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커졌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은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12.2% 줄면서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또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전체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2% 감소하는 등 수출뿐 아니라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어두운 진단을 내놓았다.

정부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림으로써 지원사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등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의 근거로 성장 등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자칫 1천200조원을 넘긴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에 혼선을 가져오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로 흐르는 고리가 약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속한 유출 가능성이 있다"며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봤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소수의견의 확대 여부는 주목해야 한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수출 하락세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내수의 개선흐름도 약화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한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8개월 만에 나오자 금융시장에서는 인하 전망이 확산됐었다.

이번에 다른 금통위원까지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면 인하 여론이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