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동빈·유미 자녀들 성년후견인 의향서 제출…부인 하츠코 여사는 '관망'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문제를 따지기 위한 두 번째 법정 심리를 하루 앞둔 현재까지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은 정신감정 기관 선정 과정에서부터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측 법률대리인은 서울대병원(서울 종로구 연건동)을, 신청자(신정숙 씨)측 법률대리인은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 일원로)을 법원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의뢰 기관으로 신청했다.

법원이 성년후견인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결국 정신건강 이상 여부에 대한 전문 의료인들의 감정 결과인만큼, 미미하나마 유·불리 요소를 모두 따져 각각 선호하는 의료기관을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지금까지 신동빈 롯데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신청자(신정숙 씨)의 신청 취지에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을 맡을 의사가 있다고 법원에 문서를 제출한만큼, 결국 "오빠 또는 아버지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여동생과 세 자녀는 삼성서울병원을 원하는 셈이다.

반면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총괄회장의 진료 이력이 남아있는 서울대병원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실제로 정신감정 병원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신청자측 법률대리인은 "1차 심리 당시 법원이 앞서 신격호 회장이 지병 등을 치료받은 두 서울대병원(연건동, 분당)과 연대의대 세브란스병원(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의 경우 객관성 등의 측면에서 지정이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신청자측은 신경정신과 분야의 우수한 의료진·인프라,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독립된 병동 등을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와중에 법원이 한 쪽(신동주측)이 반대하는 병원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양측이 심리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정신감정 의뢰 기관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제 3의 의료기관으로는 가정법원과 업무협약 관계에 있는 국립서울병원(서울 광진구 능동로)이 가장 유력하다.

신청자측 법률대리인은 "양측의 의견 차이가 크면, 9일 2차 심리에서도 의료기관을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합의를 이뤄 하루 빨리 정신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기관 뿐 아니라, 남편의 성년후견인 지정에 대한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의 입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여동생 신정숙 씨는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서에서 성년후견인 후보로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과 함께 하츠코(重光初子) 여사도 지목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성년후견인 지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고, 신동빈·영자·유미씨는 성년후견인 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는 의향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하는 SDJ코퍼레이션측은 이를 두고 "신 총괄회장과 하츠코 여사가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가 친족이 아닌 제3자라도 성년후견인을 맡을 수 있는데, 두 분은 수십 년 동안 부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하츠코 여사가 성년후견인을 맡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부부로서 상대에 대한 예의 등으로 의향서를 선뜻 내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940년께 첫 부인 노순화씨와 결혼해 1942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얻었고,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 사업 과정에서 하츠코 여사를 만나 지금까지 실질적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는 동주(1954년생), 동빈(1955년생)을 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