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200여명이 8일 정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연대집회를 열어 사측이 임금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했다.

집회에는 대한항공 조종사 200명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 일반노조원 각각 20여명, 민주노총 등 30여명 등이 참석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19일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준법투쟁과 스티커 부착 활동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2014년과 2015년 임금협상을 모두 타결하지 못했고 사측으로부터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받은 일반노조에 힘을 보태겠다며 임금협상을 잠정 중단했다.

이규남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언론에서 파업의 파자만 꺼내도 귀족노조라 한다"며 "조종사가 부자, 정비사가 부자, 객실승무원이 부자면 우리 회사가 부자"라고 말을 꺼냈다.

이 위원장은 "가난한 사람한테 (임금을) 달라는 게 아니다.

회장이 받는 임금의 30분의 1을 달라는 것인데 터무니없다고 하느냐"며 "잘못된 재벌구조를 개혁해 나아가야 한다.

길을 만들어서 함께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내국인 조종사 2천340명의 연봉은 평균 1억4천만원이다.

조종사노조는 중국 항공사들이 2억원∼3억원대의 연봉으로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사측이 일반노조와 동일한 1.9% 인상안을 제시하자 협상결렬을 선택했던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전날 대한항공이 노조의 준법투쟁 지침에 따라 운항을 거부한 박모 기장에 대해 내린 파면결정 철회도 촉구했다.

조종사노조는 "회사의 파면조치는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한 처벌이라 규정한다"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에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박 기장이 비행 전 브리핑 시간을 3배 이상 지연시켜 고의로 비행기 출발을 지연시키는 등 의도적으로 운항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등의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가방에 붙인 조종사 21명도 오는 9일 자격심의위원회에 부치려다 잠정 연기했다.

조종사노조는 이날 집행부와 대의원 20여명이 참석하는 상무집행위원회를 열어 투쟁 수위와 협상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 대표가 함께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을 방문해 항공사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철회를 촉구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이기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국제선은 80%, 제주노선 70%, 나머지 국내선 50%의 조종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