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경영진을 비방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가방에 부착한 조종사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연기했다. 여객기 조종을 거부한 기장에게 파면 중징계 결정을 내린지 약 4시간 만에 이루어진 조치다.

대한항공은 9일로 예정됐던 가방배너 부착 활동을 진행한 조종사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를 다음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사측은 노조가 투쟁명령 2호를 통해 조종사 가방에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 '일은 직원 몫, 돈은 회장 몫'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이규남 위원장과 집행부를 서울 강서경찰서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징계 심의를 진행해왔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일 사측에 스티커 부착 승무원에 대한 징계 심의 중단과 2015년도 임금교섭 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자격심의위원회를 내주 개최하기로 연기하고, 임금협상 재개에 응하겠다고 7일 답했다.

노조 측은 공식 업무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날 공문 접수를 거부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원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결정한 후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유화책을 제시했다"며 "사측의 행위는 노조 흔들기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오후 사측은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비행을 거부해 대기발령 중인 조종사 노조 교선실장인 박종국 기장을 파면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