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공(公共) 건설사업은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았다. 건설회사들 간 수주 경쟁도 치열했다. 공사 수주를 위해 공무원 교수 등 심사평가위원들에게 뇌물을 주다 검찰에 적발된 건설회사가 적지 않았다.

2004년 정부가 기존 ‘표준 품셈’ 제도를 실적공사비로 대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전에 수행된 비슷한 사업을 기준으로 공사 단가를 결정하면서 이전 사업보다 낮은 금액으로 낙찰되는 사례가 반복·누적되면서 공사 단가가 급격히 떨어졌다.

기획재정부와 조달청 등 발주·예산편성 기관들도 공사 예산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실적공사비 도입 이후 10년간 공공 공사 단가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36%가량 급락했다.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건설회사 간 담합이 이어졌다. 공구별 나눠먹기로 사업을 분배하거나, 들러리를 세워 사실상 단독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담합도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4대 강 사업 담합 과징금 1100여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경인운하 인천지하철 등 18개 대형 사업에서 39개 건설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849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담합을 자진 신고한 업체에 과징금을 감면하는 ‘리니언시’ 등의 영향으로 2000년대 중·후반의 판교신도시, 호남고속철도 등 과거 담합까지 모두 적발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