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조~4조원대의 주파수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다음달 이동통신용 신규 주파수를 공급하는 경매를 진행한다. 지난 4일에는 경매 대상 주파수, 최저가격, 입찰 방식, 사용 기간 등의 세부 방안을 처음 공개했다.

경매 규칙이 공개되면서 통신 3사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경매를 앞두고 각사는 저마다 공정 경쟁의 조건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LG유플러스의 주장이 많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반면 SK텔레콤은 “경매가 왜곡될 수 있는 조건이 많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또다시 불꽃 튀는 '황금주파수 쩐의 전쟁'…최저 경매가만 2조5000억
○총 140㎒ 폭 경매

이번 경매에 나오는 주파수는 총 140메가헤르츠(㎒) 폭이다. 아날로그 방송에 사용하다 반납받은 700㎒ 대역을 비롯해 기존 사용하던 인접 주파수에 연계해 데이터전송 속도를 높이는 광대역 서비스에 유리한 2.1기가헤르츠(㎓) 대역 등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주파수가 대거 매물로 나온다. 1.8㎓에서 20㎒ 폭, 2.6㎓에서 각각 40㎒ 폭, 20㎒ 폭 등 경매 대상은 총 5개 대역이다.

최신 LTE 서비스 속도와 사용자를 늘리는 데 유리한 주파수 대역이 많아 어느 때보다 통신업체 간 주파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각 대역의 최저 가격만 합쳐도 2조5779억원에 달한다. 경매에서 경합이 치열해지면 낙찰가가 3조~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매는 50라운드(회)까지 참가자들이 동시에 오름입찰(호가)을 벌이다가 그래도 낙찰되지 않으면 밀봉입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매 규칙에 엇갈린 희비

이번 경매에서 통신업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주파수는 2.1㎓ 대역이다. 기존 사용하던 인접 주파수와 묶어 통신 속도를 높이는 광대역 서비스가 가능해 통신 3사 모두 황금주파수로 주목하고 있다.

이 대역은 SK텔레콤이 LTE 서비스에 사용하다가 올해 말 사용기간이 끝나 반납할 예정이다. 이미 관련 대역에 8500억원가량을 투자한 SK텔레콤은 이를 놓치면 기존 투자까지 무용지물이 되는 이중의 손해를 봐야 한다. 반면 LG유플러스, KT가 이를 확보하면 LTE 광대역 주파수를 늘리면서 경쟁사에 타격까지 줄 수 있다. 해당 대역의 낙찰가만 1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말 사용 기간이 끝나는 2.1㎓ 대역 가운데 80㎒ 폭을 경매를 거치지 않고 기존에 사용하던 SK텔레콤, KT에 재할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할당 가격을 경매 가격과 연동시키기로 한 것은 SK텔레콤, KT에 부담이다. 정부는 이번 경매 낙찰가와 전파법 시행령에 따른 일반적인 할당 대가의 평균을 계산해 재할당 가격을 결정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KT가 경매에서 2.1㎓를 따내기 위해 가격을 높이면 재할당으로 가져갈 주파수 가격도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 측은 “2.1㎓에서 재할당하는 주파수 대가를 경매 가격과 연계하면 SK텔레콤과 KT는 경합에 제약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도 마냥 웃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정한 경매 최저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투자비 확보에 부담이 생겼다. 1㎒ 폭당 가격으로 환산할 때 2.1㎓ 대역의 최저 가격은 약 38억2000만원으로 전통의 황금주파수로 꼽히는 700㎒ 대역(약 19억1000만원)보다 두 배 비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주파수 가격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올리기보다 경매과정에서 시장 가치에 따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