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육박하던 연체금리, 서둘러 법정 한도로 낮춰
카드사, 대부업체 수준 이자 부과해오다 찔끔 인하

지난 3일 금융권에 적용하는 법정 최고 대출금리가 연 34.9%에서 27.9%로 낮아지자 대부업체가 아닌 신용카드사들이 바빠졌다.

그동안 신용카드사들이 대부업체와 비슷한 수준인 30%에 육박하는 연체이자율을 적용해오다가 대부업법 시행으로 법정 최고 대출금리가 내려가면서 자사 이자율이 법정 한도를 넘어서게 되자 이를 서둘러 내리고 있는 것이다.

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그 동안 BC카드를 제외한 국내 7개 카드사들의 연체이자율 최고 수준은 29.0% 내외였다.

KB국민카드의 연체이자율은 최고 29.3%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고 신한카드는 두 번째로 높은 29.2%였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의 연체이자율은 최고 29.0%였고, 가장 낮은 삼성카드도 28.9%였다.

그러나 지난 3일 법정 최고 대출금리가 27.9%로 떨어지자 카드사들도 연체이자율 최고 수준을 서둘러 27.9%로 낮췄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연체이자율은 징벌적 성격이 강해 그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법 개정으로 법정 한도가 27.9%로 낮아져 연체이자율도 인하했다"고 말했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날 전격적으로 시행까지 되는 바람에 공식적으로 연체이자율만 낮추고 전산 적용은 끝내지 못한 업체도 있다.

통상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국무회의 등 행정 절차가 있어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걸리지만, 대부업법 개정안은 이례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날 국무회의를 열고 바로 공포했다.

A 카드사 관계자는 "법이 통과돼도 실제 시행까지는 보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해 미처 준비를 하지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연체이자율은 법 개정 이후에 생긴 신용거래가 연체로 이어져야 적용되기 때문에 빨라도 다음 달에나 바뀐 금리가 적용된다"며 "그 안에는 전산 작업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연체이자율 외에도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 약정) 금리도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가 대부분 이번에 인하된 법정 최고 대출금리에 근접해 있어 대부업체들과 거의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카드의 현금서비스와 현금서비스 리볼빙 이자율은 27.9%로 바뀐 법정 최고 대출금리와 같았다.

이 때문에 하나카드는 지난 3일 현금서비스와 현금서비스 리볼빙 이자율을 각각 26.9%로 1.0%포인트 낮췄다.

대부업체와 조금이라도 차이를 두기 위해서다.

또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현대카드도 현금서비스 이자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 최고금리가 내려가면서 카드사들도 대부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금리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