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작년 8월에 이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주주 과반 지지를 얻었다. 롯데그룹이 8개월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신 회장 중심의 이른바 ‘원 롯데’로 가기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또 '완승'…"경영권 분쟁 사실상 마무리"
◆주요 주주들, 신 회장 지지 재확인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롯데홀딩스는 6일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신 전 부회장이 제기한 현 이사진 해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제외하고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7명의 이사진(감사 포함)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신 전 부회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었다.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전 부회장이 지난달 ‘롯데홀딩스 상장을 전제로 종업원지주회 직원 1인당 25억원의 상장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날 종업원지주회는 변함없이 신 회장을 지지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의견이 재확인됐다”며 “신 전 부회장의 반발로 촉발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작년 1월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됐고 신 회장은 7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을 그룹 후계자로 인정한다는 신 총괄회장의 문서를 공개하며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신 회장은 작년 8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 과반수 동의로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서도 신 회장의 승리가 예견됐다.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 중 주요 안건의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27.8%)를 비롯해 임원 지주회(6%)와 관계사 등이 신 회장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남은 변수는 성년후견인 심리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 더 이상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상법상 질서를 저해한 행위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종업원지주회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주총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오는 6월 롯데홀딩스의 정기 주총 때까지 종업원지주회 등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만 94세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어서다. 오는 9일 서울가정법원에서 2차 심리가 진행돼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를 검진할 병원을 확정해 상반기에 최종 결정이 날 전망이다.

하지만 개별 소송의 승패가 신 회장 중심의 현 그룹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찬주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주 간 지분 다툼이 아니라면 개별 소송은 기업 경영의 변수가 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