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에서 ‘바오류(保六·6%대 경제성장률 달성)’ 시대 진입을 공식화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5~7%를, 향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5%를 제시했다. 불과 2년 전인 2014년만 해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 전후’로 설정했던 것에 비춰보면 눈높이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대단히 야심차다”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실제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하단인 6.5%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날 2016년 정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올해는 ‘개혁’보다 ‘성장’에 확실한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 전통의상 입은 소수민족 대표 >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한 소수민족 대표가 정부 업무보고 자료를 읽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억제하고, 최소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등의 분야별 경제 목표를 공개했다. 신화베이징연합뉴스
< 전통의상 입은 소수민족 대표 >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한 소수민족 대표가 정부 업무보고 자료를 읽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억제하고, 최소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등의 분야별 경제 목표를 공개했다. 신화베이징연합뉴스
◆“정책 최우선 순위는 경제성장”

중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 이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관련해 6.5%와 7% 두 가지를 놓고 장기간 고민해왔다. 중국 정부가 자문한 중국 내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을 중시하는 개혁론자들은 6.5%를, 성장론자들은 7%를 선호했다.

['중속성장' 선언한 중국] 경제엔진 급속히 식어가는 중국…올해는 개혁보다 성장에 초점
중국 정부의 선택은 6.5~7%였다. 중국 정부가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특정 수치가 아니라 일정 구간으로 제시한 것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위기론이 고조되던 1995년 이후 21년 만이다.

개혁론자들과 성장론자들 의견을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경제성장으로 확실하게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초 발표된 각 기관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가 6.3%를 예상하고 있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사회과학원도 6.5~6.8% 정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6.5~7%라는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통화 증가율 12%→13%로 확대

리 총리의 올해 업무보고를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중국 정부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성장 쪽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리 총리는 지난해에는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 “안정 성장과 구조조정의 균형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는 ‘균형’이란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중국 경제는 준엄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격전을 치를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문별 경제운용 목표에서도 성장을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해 2.3%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3%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3.5%)에 못 미치긴 하지만 1949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통화 완화 정책의 강도를 시사하는 광의통화(M2) 증가율도 올해는 전년 대비 13%로 지난해(12%)보다 높여 잡았다. 통화 정책에 관한 리 총리의 언급은 작년엔 “완화와 긴축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통화정책을 시행할 것”이었지만 올해엔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지난해 각각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낮췄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을 펼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목표치를 정한 것은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할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장률 부풀리기 유혹 커질 것”

일각에서는 중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것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젠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안정적인 성장세 유지를 핵심 목표로 내세운 만큼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공급과잉산업 구조조정 계획은 추진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무리한 경제성장 목표를 설정한 만큼 성장률 수치를 부풀리거나,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구사하려는 두 가지 유혹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