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찾은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LG화학 오창 1공장. 축구장 17배 크기인 연면적 12만3000㎡의 이 공장에선 쉴 새 없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셀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연간 5000만셀 규모.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다. 하루 생산량은 현대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HEV) 1만대에 장착할 수 있는 물량이다.
LG화학 오창 1공장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 오창 1공장 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세계 유일 기술이 1위 원동력

LG화학이 오창 1공장을 가동한 2009년 당시 이곳의 연간 생산 물량은 850만셀 수준이었다. 이후 지속적인 증축을 통해 생산 물량을 6배 가까이로 늘렸다. 이 기간 고용 인원은 210여명에서 1420여명으로, 협력회사는 26개에서 80여개로 증가했다.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작년(약 7000억원)보다 70% 이상 증가한 1조2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대로 된다면 2009년 연간 600억원이던 매출이 20배로 증가한다. 오창 1공장의 안착을 기반으로 LG화학은 2012년 미국 홀랜드, 2015년 중국 난징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준공해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그 결과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창 1공장의 성공 요인으로는 자동차회사들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시킨 공정기술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스택앤드폴딩(stack&folding)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 제조기술은 오창 1공장이 보유한 세계 유일의 기술이다. 스택앤드폴딩이란 전극을 쌓고 접어 배터리 내부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제조기술을 말한다.

오창 1공장은 이런 기술로 다양한 디자인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LG화학이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우디, 다임러그룹 등 유럽 자동차회사 등을 포함해 세계 20여개 기업의 ‘러브콜’을 받은 비결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화학기업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이중재 LG화학 자동차전지생산센터장(상무)은 “소재사업이 ‘전공’이다 보니 경쟁사들과 달리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도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며 “제조원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600㎞ 가는 배터리 개발

오창 1공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최근 돌발 악재를 만났다.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생산 중인 삼원계 방식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 이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연구개발(R&D) 부문 경쟁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삼원계 방식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LG화학은 학계에서 포스트리튬이온배터리로 지목하고 있는 리튬공기·리튬황배터리 등 모든 형태의 혁신 전지를 연구 중”이라며 “보급형 전기차가 한 번 충전하면 갈 수 있는 거리도 기존 150~200㎞에서 이르면 2019년부터 60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창=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