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발의된 7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법안이 연간 22조원 이상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면서 경제적·사회적 손실 우려가 큰 법안 7개를 추려 분석한 결과, 이들 법안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22조69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법안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면세점법(특허 기간 5년으로 단축) △환경규제법(화학물질관리법 등) △대·중소기업 상생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법인세법 개정안(세율 3%포인트 인상) 등이다. 연구원은 “이들 법안이 모두 시행되면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7대 포퓰리즘 법안 중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안은 단통법 등 모두 네 가지다. 이들 법안의 국가적 손실은 8조5956억원에 달한다.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포퓰리즘 법안에 대한 경제적 분석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대 국회 포퓰리즘법, 건당 수조원 국가 손실
면세점법 일자리 2000개 날려

2013년부터 시행된 ‘면세점법 개정안’은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2012년 국회를 통과했다. 면세점 사업권 기한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일부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것이 개정 취지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1분 정도만 토론하고 통과시켰다.

면세점 사업권 기한이 절반으로 줄면 해당 기업의 투자도 감소하게 마련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법안 시행에 따른 투자 감소액 등을 추산해 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49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면세점 고용 인원도 2000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도 경제적 손익 분석이 부족한 채 입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 이동통신 보조금에 상한을 두자는 법안으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이 법으로 인한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이 연간 3조235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이 전체적으로 줄어 휴대폰 판매 가격이 오른 반면 보조금을 아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을 내리는 데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사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허원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처음에는 소비자, 시간이 지나면 이동통신사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돼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됐지만 국회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을 엄밀히 따지지 않고 법안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 입법, 산업계만 손실

2013년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산업계와 2년여 동안 17회에 걸쳐 간담회를 하고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2년 화평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듬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안보다 규제가 강한 법안을 내놨다.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화학물질 기준을 신규 물질은 모두, 기존 화학물질은 연간 사용량이 0.5t 이상인 경우로 높였다. 결국 신규 물질에 대한 규제는 심 의원이 발의한 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심 의원 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지 15일 만이었다. 이 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한 것은 형식적인 공청회 한 번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 공청회엔 화학기업 업체 관계자 한 명만 참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화평법 도입에 따른 산업계 손실액이 2조70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기업의 화학물질 관리 수준을 높이고 화학사고 시 과징금을 사업장 매출의 5%까지 물릴 수 있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담고 있지만 발의한 지 32일 만에 입법 절차가 끝났다.

이 법안에 따른 기업 손실은 1조7904억원으로 추정됐다. 윤상호 연구위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처럼 논란이 있는 법안은 엄격한 비용편익 분석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