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주당 250원의 결산배당을 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주당 500원의 배당을 요구했으나, 우리은행은 자본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배당 수준을 낮췄다.

우리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말 기준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5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1683억원이며, 현금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액 비중)은 15.9%다. 지난해 9월 주당 250원의 중간배당을 한 것을 포함한 연결 배당성향은 31.9%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조5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은행의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2014년과 같은 수준으로 배당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배당을 놓고서는 정부(공적자금관리위원회,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간 견해차가 컸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지분 51.04%)인 예금보험공사는 올 들어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배당을 늘려 공적자금을 회수하자고 주장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도 여기에 동조했다. 예보는 이에 따라 올해 결산배당으로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은행은 당장 배당을 늘리면 공적자금 회수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은행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맞섰다.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 자본 비율이 8.43%로 경쟁 은행들에 비해 4~5%포인트 낮은데 무작정 배당만 늘릴 수는 없다는 논리다. 여기에 더해 국제결제은행(BIS)의 새 자본규제(바젤Ⅲ)에 따라 2018년 말까지 보통주 자본 비율을 최대 9.5%까지 높여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배당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예보 측에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보가 주당 500원 배당을 요구했지만 우리은행의 자본적정성을 고려해 250원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배당으로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정하는 적정 매각가도 낮아지게 됐다. 금융위는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4조5559억원)을 회수하기 위해선 주당 1만3200원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예보가 이번에 859억원을 배당받음에 따라 향후 우리은행 적정 매각가는 주당 1만2950원가량으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