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법적 의무없어 수용 거부" vs 노조 집행부 "반드시 성사"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노조와 연대 투쟁하기로 방침을 세우자 내부 논란이 불거졌다.

금속노조는 3일 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의 올해 공동 교섭·투쟁 방안을 승인했다.

공동 요구안으로는 임금체계 개선, 고용 창출, 구조조정 대응,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고용 보호, 계열사 노사관계 지배개입 금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임금인상 등을 마련했다.

공동 교섭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비앤지스틸, 현대로템, 현대아이에이치엘, 현대엠씨드, 현대다이모스, 현대종합특수강 등 10여 개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동 교섭·투쟁을 놓고 주력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공통투쟁 실패 사례를 들며 금속노조가 현대차 노조를 이용해 성과를 내려 한다는 경계심 등을 읽을 수 있다.

산별(산업별)노조는 개별 기업 노조와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의해 직종과 기업을 초월해 전국 규모로 조직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교섭력을 높여 같은 업종 근로 약자(중소기업)의 권익을 향상하려는 목적이다.

민주노총 산하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등이 소속된 금속노조를 비롯해 보건의료노조, 대학노조, 운송하역노조 등의 산별노조가 있다.

2006년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금속노조에 편입됐으며, 이후 산별노조 소속 사업장의 사용자 대표가 참여하는 중앙교섭을 요구해 왔다.

현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할 당시 금속노조 위원장이었다.

2008년 현대차 임금협상에서는 노조가 "회사가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으면 임금협상을 타결할 수 없다"고 주장해 교섭이 한 달 이상 연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노조가 산별 중앙교섭과 함께 그룹 계열사의 공동교섭 투쟁 방침까지 내놓자 일부 현장 노동조직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 현장 노동조직은 최근 "현대차 노조(지부) 특성과 상황, 현장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업(공동 교섭·투쟁)은 조합원의 반발만 키울 뿐"이라고 반대했다.

또 금속노조에 대해서는 "2008년 중앙교섭이 무산되고 업종별 교섭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나 이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이제 현대차그룹을 내세워 실적 쌓기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다른 현장 노동조직은 유인물에서 "4년 전 현대·기아차 공동투쟁 실패 경험이 있다"며 "금속노조가 올해 계획한 공동 교섭과 투쟁은 현대차 조합원에게 '성과 없는 투쟁'의 희생양이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대차 노조가 언제까지 금속노조의 봉이 되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4일 "그룹사별 근로조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공동교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공동교섭에 참여할 법적 의무나 이유도 없다"며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올해 노사관계의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회사는 이어 "과거 중앙교섭이나 현대·기아차 공동교섭 실패 사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특정 계열사와 먼저 교섭해 기준선을 정한 뒤 다른 계열사와의 교섭에서 전체 수준을 하향 평준화한다"며 "이런 노동탄압에 맞서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주축이 돼 반드시 공동 교섭·투쟁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지역 노사전문가는 "대기업 노조들이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산별 전환 이후에도 노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행태 때문에 무늬만 산별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노조가 세 불리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소기업 간 근로조건 등 현실적 편차를 극복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