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조 들인 경제특구, 외국인 투자 7조뿐
한국에서 공장을 짓거나 기업을 사들이는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20년 가까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본적 구조 개혁이나 규제 철폐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대규모 특구 개발에만 열을 올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지난 3년간(2013~2015년) FDI 실적은 544억달러(신고액 기준)로 집계됐다. 이 실적은 외환위기 직후 외국 기업에 국내 시장을 본격 개방한 1990년대 말 수준이란 분석이다. 김대중 정부 초반 3년(1998~2000년)의 FDI 실적(396억달러)보다 37% 증가하긴 했지만 커진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1998년 58억2000만달러였던 해외 직접투자액은 지난해 402억3000만달러로 7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한국을 빠져나간 해외 직접투자는 1108억달러로 FDI(544억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정부는 1998년 외국인투자지역을 시작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 개발에 주력했지만 실효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2003년부터 개발 중인 인천, 새만금 등 8개 경제자유구역에 지난해까지 총사업비 126조원 중 42조원(정부·민간 투자 합계)을 쏟아부었지만 유치한 FDI 금액은 7조원 수준(2003~2015년, 도착 기준)에 그쳤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는 경제자유구역(8곳)뿐 아니라 자유무역지역(13곳) 외국인투자지역(98곳) 등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많이 유치하려면 경제특구와 같은 하드웨어를 구축하기보다 노동시장이나 서비스 부문의 핵심 규제를 철폐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이승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