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토크쇼 사회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지난달 깜짝 방한했다. 오브라이언은 그저 웃기기만한 개그맨이 아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우수상을 받고 졸업한 수재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최하는 언론인 만찬에서 연설할 만큼 통찰과 입담을 갖춘 사람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있던 2011년 오브라이언은 다트머스대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는 다트머스대에서 축사를 하면서 재기 넘치는 말로 한참 동안 좌중을 웃겼다. 그러다가 자신의 실패담을 꺼내며 연설을 이어갔다.

1940년대에 잭 베니라는 인기 코미디언이 있었다. 후배 코미디언인 자니 카슨은 처음엔 베니처럼 되고 싶어 그를 따라 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해가며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카슨은 베니처럼 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그 세대에 가장 웃긴 사람이 됐다.카슨의 후배 코미디어인 데이비드 레터맨도 처음엔 카슨처럼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를 모방하는 데 실패했다. 오브라이언 자신도 레터맨을 닮고 싶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들은 모두 본보기를 닮으려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각각 특별한 사람이 됐다. 우리 모두는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를 잘 다룰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실패 때문에 완전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 공급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기업이 자기 상품이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마케팅의 홍수 속에 익사할 지경이다. 인기 상품이 나오면 얼마 안 가 유사품이 시장에 넘쳐난다. 유사품은 말 그대로 원본과 비슷하지만, 원본의 독창성은 갖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모조품보다 원본의 가격을 더 높이 쳐주는 이유다.

내수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 경제에선 오리지널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많이 필요하다. 과거엔 오리지널이 독창적인 기술을 뜻했다면, 최근의 오리지널은 기술의 결합이나 우버 택시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 개발만큼이나 사고의 전환이 중요한 시대로 돌입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아이폰의 발표 동영상은 다시 봐도 걸작이다. 잡스는 아이팟, 무선전화, 인터넷 통신기를 반복해서 여러 번 말했다.

마침내 관중이 그가 말하는 의미를 깨닫고 환호하자, 그는 특유의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선언하듯 말했다. “이제 알아듣겠습니까. 이 세 가지는 별도의 장치가 아닙니다. 이건 하나의 장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 부릅니다.”

경쟁사들이 MP3 플레이어와 무선전화기, 웹 브라우저를 제각각 만들 때 애플은 이것을 하나로 합했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튠스를 결합해 하드웨어와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한꺼번에 제공했다.

전환적 사고는 수직적 사고가 아니라 수평적 사고에서 나온다. 그리고 수평적 사고는 수평적 조직에서 나온다. 그래서 기업문화라는 다소 추상적인 영역이 경영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수직적 회사일까, 아니면 수평적 회사일까. 몇 가지 기준을 세워 생각해보자.

우리 조직에서는 대표의 말이 곧 법을 의미하는가. 대표의 변덕을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는가. 대표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게 불가능한가. 그렇다면 수직적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BIZ Insight]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 '수평적 생각'을 허락하라!
반면 대표도 회사의 가치관에 종속되는가. 대표가 의사 결정에 실무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가. 대표가 반대 의견까지 청취하는 소통채널을 운영하는가. 이런 특징을 가진 조직은 수평적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정치적으로는 충돌이 잦고, 경제 측면에서는 규제가 많은, 수직적 조직이 생겨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맞닥뜨리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다양한 시야에서 나온 답을 요구한다.

김용성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