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소유경영이 전문경영보다 장기성과 긍정적"

소유경영 체제가 전문경영 체제보다 기업의 장기성과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미국의 대표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K마트'의 경쟁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 '소유·전문경영체제와 기업의 장기성과: 미국 소매업 내 두 기업의 성쇠'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K마트는 1962년 창업 이후 30여년간 미국 할인소매점 업계의 선두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잇따른 경영실패로 2002년 파산신청을 했다.

같은해 창업한 월마트는 1991년 이후 K마트를 추월해 미국 할인소매업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도 수차례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경연은 두 기업의 상반된 지배구조가 장기적으로 극명한 성과 차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월마트의 경우 창업자 일가가 세대를 넘어 지배 대주주이자 이사회장을 맡는 소유경영체제로 운영됐다.

이와 달리 K마트는 창업자 사망 이후 전문 경영인이 이사회장직을 겸임하는 전문경영체제를 택했다.

K마트는 경영진이 재임기간 중 성과를 내는데 집중해 장기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전문경영인 교체로 인한 판매전략 변동이 잦아 월마트에 비해 단기적 비용인 판매관리비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월마트의 경우 신임 경영자가 이전의 장기 프로젝트를 승계받아 기업의 장기경쟁력을 증진시키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배송 시스템에 대한 투자 등에 지속적으로 매진한 결과 재고관리와 공급사슬 관리망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또 창업주 가족이 이사회장직을 수행해 장기투자를 독려했다.

전문경영진 퇴임 이후 이사회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등 프로젝트 연속성을 확보했다.

반면 1995년 파산위기에 처한 K마트는 외부 경영자를 영입했지만 기업 역량과 경영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성과 개선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K마트 경영진은 파산 직전인 2000년 이후 월마트의 30배에 달하는 금액을 보상으로 받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안세연 서울대 경영연구소 박사는 "1962년부터 2002년까지 K마트 최고경영진의 평균 재임기간은 6.7년, 월마트 13.6년으로 나타났다"며 "K마트는 월마트보다 경영진 교체가 빈번해 전략의 일관성이 떨어졌고 이는 경영성과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은 소유경영체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지배구조 설계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배 대주주가 참여하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이사회 기능 확보, 경영자 보상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