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티핑 포인트'…日 부양책 우려 키워…中 전망 부정적"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제를 이끌던 주요국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과 정책 여력에 의구심을 던지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전날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 재정 지표 악화와 외환보유액 감소 등을 이유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신용등급은 종전과 같은 Aa3를 유지했다.

무디스는 중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40.6%를 기록하며 3년 만에 8.1% 포인트 이상 올랐다는 점과 외환보유액이 최근 18개월 새 7천620억 달러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경제 불균형을 해소할 개혁을 시행할 여력이 있는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믿을 수 있고 효율적인 개혁이 없다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더 뚜렷하게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일본 경제 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킴 응 탄 S&P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이사는 "현재로선 일본 정부가 경제를 부양할 만큼 충분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의 상황에서 내수와 물가 상승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재정 균형이 또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은 내년 4월 정부 부채 경감을 위해 소비세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경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10년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판매한 것이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통화 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도 우리는 내년이나 내후년 안에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S&P는 지난해 9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부진했던 싱가포르도 비판을 비켜가지 못했다.

무디스는 싱가포르의 경제 성장이 '급변점'(structural tipping point)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의 GDP 성장률은 2000∼2010년 사이 평균 6.2%의 고성장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2.0%에 그쳤다.

무디스는 "싱가포르가 성장률 유지와 중간 소득 증대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며 역대 최고 등급을 부여했으며, S&P도 같은 해 9월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높였다.

피치는 지난 2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현재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무디스 기준으로 한국은 싱가포르(Aaa)와 홍콩(Aa1)을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신용등급이 높았다.

피치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S&P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대만과 함께 AA- 등급을 받아 일본(A+)을 앞질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