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성년후견인 심리서 감정 병원·방법 논의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이자 총괄회장이 정신건강 문제 여부를 따지기 위해 이르면 이달 안에 병원에 입원해 약 2주 정도 정밀 검사를 받는다.

의료진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만약 법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대리인 성격의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치열하게 전개된 신동주·동빈 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 2주 감정 거쳐 6월께 결론

2일 롯데그룹과 SDJ코퍼레이션(회장 신동주) 등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사건의 2차 심리는 9일 오전 10시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다.

이는 지난해 12월 18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 신정숙(78)씨가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해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이 "오빠의 정신 건강을 정상으로 볼 수 없으니 의사 결정 대리인을 두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달 3일 첫번째 심리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직접 심문'이 이뤄졌고, 법원은 "입원 감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의료 감정 실시에는 신청자(신정숙 씨)측 법률대리인(변호사)과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측 법률대리인도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2차 심리에서는 정신 감정을 진행할 의료기관과 구체적 감정 방법·기간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신청자측 법률대리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추적 관찰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입원 감정이 꼭 필요하고 기간은 보통 2주일 정도로 예상된다"며 "의료기관에만 양측이 합의하면 이르면 이달 안에 입원 감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서울대병원을, 신정숙씨측은 삼성서울병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심리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정신감정 의뢰 기관을 선정한다.

제 3의 의료기관으로는 가정법원과 업무협약 관계에 있는 국립서울병원이 유력하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감정 결과는 2주 입원을 가정할 때 길어도 한달 안에 나올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법원은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이 필요한지, 어떤 사람을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지 등을 결정하게 된다.

신청자측 법률대리인은 "일정과 절차상 6월께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원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는데, 지금처럼 성년후견인 후보자들간 의견 차이가 심할 경우 자녀·친척이 아닌 변호사 등 제3자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서에서 여동생 신정숙 씨는 성년후견인 대상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지목한 바 있다.

정신 감정을 거쳐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는 내 편이며,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이 신 총괄회장의 '진의'인지 확인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의(신격호 회장직 해임) 무효 소송을 포함, 지금까지 동생 신동빈 회장이나 롯데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다수의 소송도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신 감정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재가 확인되면, 신동주·동빈 형제간 지루한 다툼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6일 홀딩스 주총…롯데 "승리 낙관" vs 신동주 "설득중"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감정 결과가 나온다해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절반 이상이 경영 비전과 역량 등을 이유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설사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장남에 있다고 해도 상법상 기업의 주주들이 이를 맹목적으로 따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측이 당장 6일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요청에 따라 열리는 이번 주총의 안건은 '신동빈 회장 등의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이다.

주총 소집 요구와 함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 표 대결의 승패를 좌우할 종업원지주회(지분 27.8%)에 "홀딩스 상장을 전제로 지주회원 1인당 25억원 상당의 지분을 배분하고 개인이 팔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득표 공약'에 종업원 지주회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신동주·동빈 양측이 전하는 홀딩스 주주들의 내부 분위기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측의 제안이 가정에 가정을 거듭한 얘기인만큼 종업원 지주회를 비롯한 홀딩스 주주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한국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주주 60%이상으로부터 신동빈 회장이 지지를 받은 것처럼 이번 주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SDJ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신동주 회장이 지금 일본에서 종업원지주회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며 "일본 사이트(www.l-seijouka.com)에 관련 글도 제법 올라오고 있다고 들었다"며 '역전'의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유미 기자 shk999@yna.co.kr,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