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6년전 수준으로 회귀…자본유출 확대에 환율 부담

정주호 특파원·김윤구 기자 =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4개월여만에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대형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17.5%에서 17.0%로 0.5% 포인트 인하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금융 시스템에 합리적이고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통화신용 대출의 안정적 성장을 유도하려 지급준비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는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민은행은 아울러 이번 지급준비율 인하의 배경으로 생산과잉 해소를 위한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을 단행하는 데 유리한 금융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하된 지급준비율은 다음날인 3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로써 중국의 지급준비율은 2010년 수준으로 다시 내려갔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0년 5월 10일부터 11월 15일까지 17.0%의 지준율을 유지한 바 있다.

특히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내린 것은 지난해 10월 24일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인 대출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한 것과 동시에 적격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지준율도 0.5% 낮췄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시중에 모두 7천억 위안(132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파생금융에 따른 유동성 공급효과는 1조5천억 위안(28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5차례 지급준비율을 내린 바 있다.

인민은행은 2014년 11월 이후 지난해 10월 24일까지 기준금리를 6.0%에서 4.35%로 6차례 인하하는 사이 지급준비율도 같은 기간 20%에서 17.5%까지 낮추며 꾸준히 시중 유동성 공급을 늘려왔다.

인민은행의 발표 직후 위안화는 낙폭을 더 키웠다.

위안화는 역외 시장에서 0.12% 떨어진 달러당 6.5541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의 전격적인 지준율 인하 결정은 중국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한 영향도 작용했다.

지난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6.41% 폭락한 데 이어 29일에도 2.86% 급락했다.

그동안 중국이 시중은행의 유동성 압박을 덜기 위해 춘제(春節·설) 연휴를 즈음해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중국 당국은 계속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유동성 공급량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작년부터 대규모 자본유출이 확대되며 외환보유액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공개시장 운영을 통한 자금공급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준율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상하이·서울=연합뉴스)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