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엘리트 "원부자재 및 대리점 피해·학생 불편도 크다"

패션그룹 형지의 자회사가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입주업체들이 이미 납품한 물건에 대한 대금지급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입주기업 4곳과 거래하고 있는 교복유통업체 형지엘리트가 이미 기일이 지난 대금 결제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들은 "형지엘리트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개성에 놓고 온 원부자재 가치와 상계 후 차액에 대해 배상할 것을 통보했다"며 "원부자재에 대해 부동산 담보까지 설정한 상황에서 형지엘리트가 미루고 있는 결제대금은 16억여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분야 중소업체들은 원청업체에서 원부자재를 받은 뒤 이를 반제품 또는 완제품으로 만들어 납품하고 가공비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단에 놓고 온 원부자재는 결국 입주기업이 원청업체에 배상해야 할 빚이 되는 셈이다.

업체들은 형지엘리트가 국내 대형 패션업체 '형지'의 자회사인 점을 언급하며 "(형지 측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도산위기에 빠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위해 최소한의 배려를 해달라"며 "입주기업들도 납품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거래기업이 입주기업의 납품 연장 등에 협력해주고 생산이 재개되면 지속적으로 납품을 받겠다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거래관계 유지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형지처럼 일부 거래기업들이 이미 납품이 끝난 대금에 대해서도 결제를 미루거나 소송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 입주업체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해왔다
중저가 여성복 사업으로 출발한 형지는 2000년대 들어 에스콰이아와 엘리트베이직 등 잡화·학생복 회사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온 패션업체다.

형지 최병오 회장의 확장에 대한 의욕은 여전해 지난해 부산지역 면세점에 도전했다 실패했는가 하면 식음료 사업 진출설도 돌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 해외순방길에 10여회에 걸쳐 동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형지엘리트는 비대위 주장과 달리 1개 업체에는 납품대금을 지급했고, 나머지 3개 업체와는 총 10억원 규모의 대금 지급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들이 원부자재 손실에 대한 논의 없이 무조건적인 거래 대금 지급만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형지엘리트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입은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입주기업에 귀속된 원부자재를 회수하지 못한 피해가 개성공단 협력업체에 지급할 임가공비 보다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원부자재를 마련해 생산에 들어가야 하는데다, 이미 납품한 물건에 대한 가공비를 지급한다고 해도 원부자재 손실을 배상받아야 하므로 상계처리(채권·채무관계를 종합해 최종적으로 지급해야 할 돈을 계산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형지엘리트는 원부자재를 줄 때 담보로 잡은 협력업체의 부동산 담보가액 안에서라도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원부자재 손실분 보상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형지엘리트의 피해에 대한 보상 협의 없이 임의로 대금을 지급하면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상장사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다른 업체들은 납품대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하고 있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급한 원부자재·원단 회수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입고된 제품에 대해서는 대금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협력사 간담회를 계속 여는 등 입주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로 원청업체들도 충분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협력업체들이 존폐를 우려하는 상황에 형지 정도의 규모가 되는 패션업체라면 고통분담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