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연속 떨어져 6년 11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세계 경기의 둔화,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각하는 경제 상황이 약 7년 만에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초부터 급감한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6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번 달 제조업의 업황BSI는 63으로 지난 1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의 업황BSI는 작년 10월 71에서 11월 68로 내려간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22일 전국 3천313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2천869개(제조업 1천748개, 비제조업 1천121개) 업체가 응답했다.

2월 업황BSI 63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2009년 3월(56)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불거진 작년 6월보다는 3포인트 낮다.

3월 업황전망BSI는 66으로 올해 1월 조사한 2월 수치와 같다.

박성빈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의 업황BSI가 떨어진 것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이 잘 되지 않고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북한의 마시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에서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의 업황BSI가 각각 2009년 3월 이후 가장 악화됐다.

수출기업은 61로 지난 1월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내수기업이 64로 한 달 동안 1포인트 내려간 것과 비교해 수출기업의 하락 폭이 훨씬 크다.

또 대기업은 68로 1포인트 떨어졌고 중소기업은 54로 6포인트나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BSI가 77, 생산BSI가 81로 각각 4포인트 내려갔고 매출은 74로 3포인트 떨어졌다.

내수판매(75), 신규수주(76), 가동률(81)도 한 달 사이 2포인트씩 하락했다.

반면에 제품판매가격(84)과 제품재고수준(108)은 2포인트씩 올라갔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가 73으로 3포인트 떨어졌고 기타기계·장비(54), 금속가공(58), 섬유(49), 가죽·가방·신발(54), 석유정제·코크스(52)도 낮은 편에 속했다.

제조업체들은 이달 경영애로사항으로 내수부진(24.0%)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23.1%), 경쟁심화(10.2%), 수출부진(10.1%), 환율(7.5%), 자금부족(5.7%)을 많이 거론했다.

수출부진에 대한 응답은 지난 1월(9.5%)보다 0.6% 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의 2월 업황BSI는 64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도 2009년 3월(60) 이후 가장 낮았다.

비제조업의 자금사정BSI가 81로 3포인트 내려갔고 인력사정은 88로 1포인트 떨어졌다.

비제조업의 경영애로사항은 내수부진(23.3%), 불확실한 경제상황(17.5%), 경쟁심화(14.9%), 자금부족(7.8%) 순으로 응답비율이 높았다.

비제조업 가운데 건설업의 업황BSI가 59로 1월(72)보다 13포인트 급락했고 부동산·임대업(70)은 5포인트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으로 주택거래량이 위축된 영향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숙박업(51)도 하락 폭이 11포인트나 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89로 전월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작년 6월(89)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