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지난 27일 폐막했다. 가운뎃줄 오른쪽부터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지난 27일 폐막했다. 가운뎃줄 오른쪽부터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주요 20개국(G20)은 재정·통화정책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침체된 세계 경제를 살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 고조된 글로벌 환율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경기부양 위해 모든 수단 동원”

G20 "경기회복 위해 모든 수단 사용"…'위안화 절하 대응' 논의 안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틀간 회의를 마치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확정했다. 공동선언문은 “세계 경제가 꾸준히 회복되고 있지만 그 회복세가 고르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는 불안정한 자본 흐름과 원자재 가격 급락, 지정학적 긴장 고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등을 꼽았다. 공동선언문의 경기 진단에 대해 회원국들은 “통화·재정·구조조정정책 등 모든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화답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글로벌 환율 전쟁’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들어 중국 위안화 가치 절하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조정 후 벌어진 엔고(高)현상, 영국의 EU 탈퇴 논란에 따른 파운드화 가치 급락 등으로 세계 환율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관련 대책 마련이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의 최우선 순위로 꼽혀온 이유다. 일부에서는 중국 위안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30여년 전 ‘플라자 합의’ 수준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도 환율정책 공조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외환시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는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새로 넣는 데 그쳤다. 각국이 자국의 경제 사정에 따라 환율시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정책을 쓸 경우엔 관련 내용을 공유하자는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율 조정을 노리는 통화정책을 하지 말자는 문구를 넣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무산됐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 용인하나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논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의에서 그 누구도 중국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환율 공조 방안이 논의되기는 어려웠고 중국와 일본 모두 환율 전쟁은 전혀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 장관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지난 21일 “(위안화 절상 공조는) 언론의 상상일 뿐이며 그런 제안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 가치 완화로 부진한 수요를 만회하려는 정책은 피해를 보는 지역을 새로 만드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폴 시어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연구원도 “중앙은행들이 공조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만 해 왔다”고 말했다.

상하이=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