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 디자인 <138> '직장인의 별' 임원, 퇴직 충격도 커…은퇴설계 미리 준비를
‘직장인의 별’이라고 불리는 임원은 선망의 대상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거기다 임원이 되면 높은 연봉, 사회적 지위는 물론이고 회사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100세 시대’라는 패러다임으로 임원의 삶을 바라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먼저 임원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계약직이다.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직원들보다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쉽다. 전무나 부사장, 사장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이사나 상무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한다. 과거에는 퇴사 후 계열사나 자회사 또는 거래처였던 중소·중견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쉽지 않다. 임원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퇴직 임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마치 남의 집 살이 하는 것 같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오랜 기간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임원은 퇴직 후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는 훌륭한 상사였어도 가정에서는 좋은 남편 혹은 좋은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해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들과 붙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 시간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사소한 일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가사 일은 심지어 더 익숙지 않다. 요리는커녕 집에 있는 음식조차 찾아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내와 달리 지역사회 네트워크도 빈약하다. 퇴직 후에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에는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지역 커뮤니티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일 중심의 삶을 살았던 임원에게 지역 커뮤니티는 멀게만 느껴진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퇴직의 충격은 더욱 크다. 여성의 산후 우울증처럼 임원은 퇴직 우울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퇴직 이후 직면하는 커리어 쇼크와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재취업하면 해결될 일이지만 눈높이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조직생활에 길들여진 회사형 인간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생 전반기에 성공적으로 이룬 결실을 후반기에도 이어가고 싶다면 인생 2막을 위한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언제까지 뒤로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준비를 어떻게 시작할지 전문가와 상담해보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앞으로의 삶을 준비해보자.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