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 둔화와 교역 감소에 한국 제조업 '먹구름'

전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제조업이 최근 세계 경기 둔화와 함께 급격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일제히 수개월에서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제조업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는 모양새다.

24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올 2월 미국 제조업 PMI 예비치는 51.0으로 2012년 10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크리스 윌리엄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공장들이 3년 만에 최악의 사업 환경에 처했다"며 "생산량부터 수출, 주문량, 고용, 재고, 가격까지 모든 요소가 제조업 상태가 나쁘다는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제조업 PMI는 51.0로 1년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유럽의 대표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제조업 PMI는 15개월 만에 최저인 50.2를 나타냈다.

일본은 2월 닛케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2로, 시장 예상치였던 52.0을 밑돌며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1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48.4로 11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올 1월 JP모건 글로벌 제조업 PMI는 50.9를 기록해 지난해 1년 평균치인 5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관리자의 응답을 바탕으로 집계하는 PMI 못지않게 실제로 최근 산업생산 지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지난해 12월 산업생산 수정치는 전월 대비 1.7% 줄어들면서 예상보다도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감소폭은 지난해 5월 이래 가장 큰 것이다.

유로존 12월 산업생산은 에너지기업의 부진으로 전월 대비 1.3% 줄었다.

같은 기간에 독일의 산업생산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1.2% 감소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당시 시장 전망치는 0.5% 증가하는 것이었다.

다만, 미국의 1월 산업생산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9% 늘어나면서 6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이 가운데 전체 산업 생산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0.5% 늘었다.

전 세계적인 침체의 그늘에도 미국의 경기가 가장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2월 기준 한국의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늘었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각각 1.3%, 0.4%씩 줄었지만 반등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전 세계 제조업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독일의 산업신뢰지수도 1월 107.3을 보이면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독일 싱크탱크 Ifo가 집계하는 이 지수는 7천 개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6개월간의 경기 전망을 물은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독일의 산업 전망에 구름이 꼈다"고 표현했다.

전 세계 제조업이 가라앉은 것은 세계경제 침체, 교역량 감소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교역량은 전년보다 11.8% 줄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세계적인 교역량 감소와 이에 따른 수출 위축이 제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경쟁이 거세지는 것도 문제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세계 전체 교역이 위축되고 중국 경기도 좋지 않으면서 한국 부품 수출이 줄고 (제조업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이 성장하면서 경쟁상대가 됐고 양적으로 가격 면에서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수출이 어려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내다본다"며 "중국과의 경쟁 부분도 심화하면 심화했지 완화되기도 어려워서 (제조업 회복이) 지금 분위기로는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