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칭화그룹 투자 취소…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 인수 무산 가능성
중국 칭화그룹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칭화유니)가 미국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기업 웨스턴디지털 지분 15%를 사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반도체 업계 최대 인수·합병(M&A)으로 꼽혔던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유니스플렌더가 웨스턴디지털에 37억8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계획 웨스턴디지털은 이 자금을 포함해 190억달러를 들여 샌디스크를 인수하려 했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다만 인수가 완전히 무산됐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웨스턴디지털이 만약 유니스플렌더의 투자 유치가 무산될 경우 샌디스크 주식을 더 낮은 값에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원래는 샌디스크 1주를 현금 85.10달러와 웨스턴디지털 보통주 0.0176주 등 총 86.50달러를 주고 살 계획이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 현금 78.50달러(22일웨스턴디지털 종가 기준 계산)와 보통주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현금 지급 부담이 약 10% 감소한다. 또 웨스턴디지털은 샌디스크 인수 계획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계획에 주주들의 동의해 줄 지는 미지수다. 이미 앨컨어셋매니지먼트 등 웨스턴디지털 일부 주주는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다며 샌디스크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25일 외국계 투자회사 크레디리요네증권아시아(CLSA)는 “칭화그룹이 손을 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 경우 웨스턴디지털이 주주의 동의를 얻지 못해 샌디스크 인수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웨스턴디지털과 샌디스크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이날 유니스플렌더의 투자 취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두 회사 주식은 낙폭을 더 키웠다. 나스닥에 상장된 웨스턴디지털 주식은 개장 후 이날 정오까지 약 7% 급락했다. 샌디스크 주가는 2% 이상 떨어졌다.

샌디스크는 모바일 기기 저장장치를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회사다. 시장점유율 기준 세계 4위다. 최근 컴퓨터나 데이터센터로 저장장치 공급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당초 중국은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샌디스크를 인수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우회 진입할 계획이었다. ‘반도체 굴기(일어섬)’라는 표현도 나왔다. 칭화그룹은 D램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 시도하기도 했으나 미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거부해 실패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에 대해 높은 경계심을 보여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