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범정부 지원] 지역이기주의에 막힌 공장 건설…정부가 걸림돌 치운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필요한 자재 등은 평택~제천 고속도로와 연결된 송탄IC를 통해 실어나른다. 하지만 송탄IC는 차로 10여분 걸리는 데다 도로가 좁다. 지금은 물론 공장이 완공된 2017년 중반 이후 반도체를 실어나를 때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공장 인근에 고덕IC를 건설하고 있다. 2018년 중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범(汎)정부 합동지원반’을 구성해 이를 2017년까지 앞당기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공장 건설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자세가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업 투자 범정부 지원] 지역이기주의에 막힌 공장 건설…정부가 걸림돌 치운다
◆“공장 건설 어려움 실시간 해결”

산업부가 24일 ‘기업 애로사항 청취 긴급 간담회’를 연 것은 기업들이 투자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가능한 한 신속히 해결해 주겠다는 의지에서다.

삼성 평택공장은 인근 충남 당진시와 경기 안성시의 반대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원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은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올 들어 갑자기 소속 트럭 기사들에게 ‘오전 8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을 강제하면서 공사가 지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만큼 정부가 앞장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엔 주형환 산업부 장관(사진)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업 투자 범정부 지원] 지역이기주의에 막힌 공장 건설…정부가 걸림돌 치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 투자 건에는 무조건 범정부 합동지원반을 세우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큰 규모의 투자일수록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노조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시작단계부터 범정부 지원반을 구성해 단계마다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 평택공장은 물론 조만간 투자를 시작할 예정인 SK하이닉스 청주공장,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등에도 지원반을 구성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공장 건설 과정에서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나왔다. LG디스플레이가 신규 OLED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추가 변전소 건설이 필요하다. 변전소 건설 허가에는 통상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현재로선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이 2017년 완공되더라도 변전소를 지을 수 없다. 공장 가동이 힘들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인허가 기간을 3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폐수종말처리시설 건설자금을 예산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억지 민원’엔 강경 대응

기업들이 투자 과정에서 가장 골치 아파하는 문제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다. 평택의 일부 정치인과 주민들이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APK에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지역에 복지관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민원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생했던 민원과 이를 해결한 우수사례를 연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등 ‘억지성 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하기로 했다.

기업이 대형 투자를 했을 때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경제 효과에 대한 연구도 시작하기로 했다. 기업 투자가 해당 지자체는 물론 인근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일부 정치인의 투자 방해 ‘선동’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자체 주민들에게 인근 지자체 투자가 결국은 모두의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