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ISA, 외형 경쟁보다 내실 있는 상품 내놓아야"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2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성공 여부는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돌려주는 것에 달려 있다”며 “금융회사들은 외형 경쟁보다 내실 있는 상품 설계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주요 은행장 및 증권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ISA 출시 준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당부했다. 다음달 14일 출시되는 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한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상품으로 순소득 등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소득자 및 사업소득자가 가입할 수 있으며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최대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의무가입 기간은 5년이다.

이날 회의에서 임 위원장은 금융사들이 수익률로 경쟁해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그는 “수익률만이 고객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경품 행사 등 이벤트보다 ISA 수익률이 금융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분기별로 ISA 수익률에 대한 비교공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어떤 금융사가 잘하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해서 잘못하는 금융사에서 잘하는 금융사로 쉽게 계좌를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종룡 "ISA, 외형 경쟁보다 내실 있는 상품 내놓아야"
금융당국은 또 ISA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ISA 불완전 판매 예방대책’을 마련해 금융사들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ISA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있다. 임 위원장은 이와 관련, “각 직원이 ISA 설명 의무를 지키면서 투자 권유를 할 수 있도록 직원 교육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미스터리 쇼핑과 불시 점검 등을 주기적으로 강도 높게 시행할 계획이다.

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은행, 증권사 등이 ISA 출시를 앞두고 고가 경품을 내거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외형 경쟁에 몰두하면서 수익률이나 투자자 보호 등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부 금융사는 직원 1인당 100개 이상의 계좌를 유치하도록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ISA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 골드바, 가전제품, 해외여행 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내건 금융사들도 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은행에 ISA 일임업을 허용하기 위한 규정 개정을 다음달 초 마무리하고, 등록 절차는 일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ISA 출시일에 맞춰 은행이 ISA에 파생결합증권을 담을 수 있도록 임직원의 파생상품 투자권유인력 자격 취득 시 필요한 집합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임 위원장은 “ISA 관련 제도가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제도 시행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하면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