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평가지표 개편…6개 은행 기술평가역량 1단계 획득
"2020년엔 모든 중기대출에 기술평가서 활용하는 은행 나올 것"

은행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창업 초기 기업에 직접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평가 방식이 바뀐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평가하는 역량을 갖추면서 외부 평가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대출 비중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혁신성 평가제도 폐지로 2016년 상반기부터 기술금융 실적을 독자적으로 평가함에 따라 투자 및 창업 초기 지원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평가지표를 대폭 개편한다고 24일 밝혔다.

기술금융이란 기업의 재무제표만 보지 않고 기술력도 함께 고려해 성장성이 큰 기업에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혁신성 평가의 한 분야로 2014년 하반기부터 기술금융 실적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해왔다.

개편안은 기술금융 관련 투자실적의 평가 비중을 10%에서 15%로 늘리고, 초기기업과 관련한 지원실적 평가 비중을 6%에서 10%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우수 기술 기업에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대신 직접투자를 하고, 성장가능성이 큰 초기기업 발굴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과거 실적치에 대한 평가 비중을 31%에서 15%로 줄였다.

일반·지방·특수은행으로 나눴던 평가그룹은 중소기업금융 규모를 고려해 대형·소형·기타은행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이 대형은행으로 분류됐고,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수협·씨티·SC 등 7개 은행이 소형은행으로 분류됐다.

대출규모에 맞지 않게 이전까지 일반은행으로 분류됐던 씨티·SC은행이 소형은행으로 분류돼 '꼴찌 탈피' 경쟁을 면할 수 있게 됐다.

기업금융 비중이 작은 제주은행 및 시중은행과 성격이 다른 산업·수출입은행은 기타은행으로 분류됐다.

금융위는 분류 체계 개편에 따라 온렌딩(간접대출) 한도 배분, 신·기보 출연료 인센티브 등 각종 기술금융 유인책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평가위원회도 새로 구성하기로 했다.

평가위원회는 기술금융 평가를 최종 검증하고 확정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 금융위는 은행들이 자체 기술평가 역량을 늘림에 따라 외부 기술평가기관(TCB)에 의존하지 않고 대출하는 기술금융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가 은행들을 상대로 자체 기술금융 평가역량을 심의한 결과 산업·기업·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1단계(레벨1) 진입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기술보증기금 등 외부 TCB에 수수료를 내고 기술금융 평가서를 발급받고 있다.

1단계에 진입한 6개 은행은 3월부터 자체 기술금융평가를 예비로 할 수 있게 되며, 차후 평가인력 확보와 평가시스템 구축 요건을 갖추면 실시 단계가 상향 조정된다.

2단계를 확보하면 직전 반기 TCB 평가서 기반 대출의 20%를 자체 평가서 기반으로 대출할 수 있으며, 3단계는 이 비율이 50%로, 4단계는 비율 제한이 사라진다.

금융위는 6개 은행이 올해 하반기 중 2단계 평가기관으로 진입하면 이들이 약 1조5천억원 규모의 기술신용대출을 자체 평가에 기반해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위 최용호 산업금융과장은 "2018년에는 4단계 평가기관에 진입하는 은행이 나타나고, 2020년부터는 기술평가를 중소기업 여신심사 전반에 적용하는 은행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