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23일(현지시간)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 동결은 추진하겠지만, 감산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2∼26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글로벌 에너지 회의에 참가한 알리 알-나이미 장관은 "다음 달에 산유국들이 모여 회의를 하지만 감산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압둘라 알바드리 사무총장이 4개국 간 이뤄진 산유국 동결 제안을 환영하며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앞서 지난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는 산유량을 지난달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고 이를 다음 달 1일 산유국 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다.

하지만,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회의에서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달 생산량을 동결하는 이상의 합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알-나이미 장관은 셰일원유를 대거 생산해 국제유가 폭락에 일조한 미국 에너지 업계를 상대로 한 연설에서 "산유국간에 신뢰가 사라졌고, 설사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대부분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감산이 불가능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산유국의 단결이 더 요구되고 있지만, 공감대가 부족하다면서 (가격 하락을 방치해 온) 지금까지의 OPEC 정책이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유국 간 동결 합의가 이뤄지면 "현재의 공급과잉이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의미 부여하면서도 "(공급과잉이 해소되는데)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 원유생산업체들과 전쟁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는 "공급과 수요가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도록 시장에 맡겨두는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청중인 쉐일 원유 생산업체들을 겨냥, "현금을 빌리거나 자산을 유동화해 생산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혹하지만, 그게 시장을 재조정하는 효율적 방법"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생산비용이 낮은 곳이 생산비용이 높은 곳 때문에 생산을 줄이는 것은 심판의 시기를 늦추는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알-나이미 장관이 마지막으로 에너지 회의에 참가했던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곤두박질 쳐서 OPEC이 하루 수백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던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은 최근에는 생산비용이 높은 경쟁국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마음껏 생산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생산량은 1년 넘게 1천만배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란 석유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산유량 동결 합의를 두고 '우스운 일'이라고 힐난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샤나통신에 1월 수준으로 생산량을 제한하자는 것은 "비현실적인 요구"라며 "그들(사우디와 러시아)은 하루 1천만 배럴을 생산하고 이란은 1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동결하자는 안건을 제시하는데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전날 감산 기대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석유장관의 발언이 연이어 나온 이후 5% 가까이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52달러(4.6%) 내린 배럴당 31.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서울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