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회의서 금리 결정 방식 변경 검토할 듯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3월 회의에서 은행들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금리 결정 방식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지난 20일 마이너스 금리에 타격을 입는 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리 결정 방식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ECB가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린 후 일본은행(BOJ) 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나서 은행들의 수익이 타격을 입어 금리 인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콘스탄치오는 ECB가 은행들에 "즉각적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BOJ 등 다른 중앙은행들이 도입한 차등적 금리 체계를 언급해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ECB가 오는 3월 10일 회의에서 현행 -0.3%인 예치금리를 0.10%포인트 더 내리는 등 추가 부양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치금리가 최대 0.20%포인트가량 인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겨두는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경우, 은행들은 돈을 예치하려면 금리만큼의 수수료를 내야 하므로 부담이 늘어난다.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의 수익성은 마이너스 금리가 더 오래 연장될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FT는 금리 결정 방식을 바꾸는 방안이 3월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은행의 건전성 문제에 대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해왔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1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의 책무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은행이나 기업의 수익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들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위원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결정하기 전에 물가 등 경제 전망과 마이너스 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이 은행들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FT는 ECB가 차등적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유로화 약세를 위해 환율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비판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ECB는 마이너스 금리는 채권 매입프로그램의 보완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은행들에 채권 금리 하락과 수익 마진에서의 손실을 상쇄하도록 중앙은행에 안전하게 예치하기보다 더 위험한 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하기 위한 일종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효과'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은행들의 예금이 차등적 금리 시스템으로 보호받게 될 경우 이러한 재조정 효과는 약화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노무라의 닉 매튜 이코노미스트는 "ECB에게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필요하면 그 이상을 할 수 있다는 인상을 모두에게 남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치금리의 차등적 적용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도 은행 부문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정책위원들이 추가로 금리를 계속 내릴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