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당분간 8000선 횡보 전망…위안화 환율·유가가 반등 속도 결정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의 향방이다. H지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아직 손실 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ELS에도 불똥이 튀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반대로 H지수가 꾸준히 반등해 11,000~12,000 수준을 회복하면 ‘역전’을 노릴 수 있다. 계약 시점보다 H지수가 하락한 비율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조건이 바뀐 ELS라 하더라도 만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에 약정한 원리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H지수가 8000선 근처를 횡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태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H지수가 최악의 국면은 지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며 “H지수의 반등 속도와 폭은 위안화 환율과 국제 유가가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지수로 상하이종합지수를 추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은 40개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73%가 은행과 보험사다. 공상은행과 핑안보험 등이 금융업종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시노펙을 필두로 한 에너지 기업도 H지수 시가총액의 11%를 차지한다.

H지수, 당분간 8000선 횡보 전망…위안화 환율·유가가 반등 속도 결정
H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무난한 편이다. 금융회사들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순이익 증가폭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업종 기업들은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올해 실적은 국제 유가가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장사의 이익과 자산 대비 주가 수준엔 문제가 없다. 12개월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H지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9년과 엇비슷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7배에 불과하다. H지수 시가총액이 상장사들의 장부상 자산 가치의 70%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현지 은행들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조금씩 줄어드는 분위기다. 중국 주요 대형 은행들의 부실대출 비율은 1.5~1.7%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실대출 비율이 평균 1.48%인 국내 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환율이다. H지수는 미국 달러화와 고정환율로 묶여 있는 홍콩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에 비해 위안화 가치가 약세인 국면이 이어지면 지수가 오르기 힘든 구조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헤지펀드 중 상당수는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있다. 국제 유가도 H지수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소비국이다.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원유 수요가 늘고, 유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H지수에 속한 에너지 기업 실적도 국제 유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