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포커스] 기아차 'K9 퀀텀'…8기통 엔진 달고 오르막에서도 쭉쭉
기아차의 플래그십(대표) 세단 K9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고급차 브랜드로 독립시키면서 K9은 마치 고급차가 아닌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K9을 시승해 본 결과 K9은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되는 차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구형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EQ900 사이에 위치한, 특히 ‘K9 QUANTUM(퀀텀)’은 EQ900과 동급으로 분류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K9 퀀텀을 타고 서울 시내와 올림픽도로, 중부고속도로, 국도 등 다양한 도로에서 150㎞가량 운전해 봤다. 우선 외관부터 중후했다. 부드러운 곡선이 우아함을 드러낸다면 다이아몬드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에선 무게감이 묻어났다.
운전석에 앉으니 묵직함이 전달됐다. 제원표를 보니 공차 중량이 2100㎏을 웃돌았다. 2t이 넘는 몸무게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부드럽게 나갔다. 서울 시내에선 60㎞/h 이상을 밟을 데가 없다보니 차의 무게감을 느끼는 데 주력했다. 앞차가 좀 더디게 가도 굳이 추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같이 속도를 줄여줬다. 서울시내에서 고급차로 추월하는 것은 촐싹거린다는 느낌만 줄 것 같아서였다.
올림픽도로를 빠져나와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주행 성능을 점검해 봤다. 서서히 속도를 높여 150㎞/h까지 올렸다. 차의 흔들림이나 소음이 거의 없었다. 반드시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옆 차선에서 K9 퀀텀을 추월하는 차가 드디어(?) 나왔다. 적어도 170㎞/h로는 달린 것 같았다. 내리막과 평지에선 따라가기만 했다.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속도를 높였다. 경쟁 차량은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이 차량은 지속적인 가속이 가능했다. 옆 차량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80㎞/h를 넘어서는 것을 확인한 후 속도를 줄였다. 다행히 단속 카메라가 없어 딱지는 피했다.
K9 퀀텀의 이 같은 주행성능은 ‘V8 타우 5.0 GDI(직분사)’엔진 덕분이다. V자형 8기통 엔진으로 배기량 5038㏄에 어울리는 대형 엔진이다.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2.0㎏·m의 강력한 동력 성능을 갖췄다. 이 엔진은 2011년 북미지역 10대 최고엔진에 선정됐으며 EQ900에도 장착됐다. 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뤘으며 오르막에서도 시원한 가속이 가능하다.
뒷자리 VIP석에도 앉아봤다. 좌석을 조절해 항공기의 퍼스트클래스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의 암레스트를 통해 여러가지 기능을 원터치로 조작할 수 있었다. 9.2인치 대형 모니터를 통해 DMB를 시청할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 차량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내 주행 때 연비가 L당 6㎞ 안팎으로 다소 낮은 데, 이 차를 선택하는 데 기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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