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K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협력사다.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이 가스들이 꼭 필요하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자 APK도 길 건너편에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공사를 시작하기 무섭게 반대위원회가 구성됐다. 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 A씨였다. A씨는 근거도 없이 주변 아파트단지에 “APK가 인체에 유해한 불화수소산(불산)을 생산한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렸다. 그러면서 APK 공장을 삼성 평택공장 뒤쪽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삼성 공장을 방어막으로 삼겠다는 얘기였다.

APK 측은 부랴부랴 주민을 경기 기흥에 있는 공장으로 초청했다. 불산은 생산하지 않으며, 산소 질소 아르곤은 공기 중에 있는 가스기 때문에 공장이 폭발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조직한 위원회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반대위원회가 등장했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 B씨가 위원장이었다. B씨는 APK가 본사에서 수입해 삼성에 공급하는 소량의 암모니아를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APK에 주민복지시설을 지어 기증하고, 반대위원회 사무실 운영비도 부담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에 B씨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안전문제를 지적하자 APK는 다른 공장보다 평택공장의 안전설비를 강화했다. 삼성과 연결된 지하배관을 이중으로 설치했다. APK는 한국에서 30년째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다른 공장에는 이중 배관을 설치한 적이 없고, 사고가 난 적도 없다고 한다.

평택=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