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부진에 제조업 노동생산성 6년 만에 최저
국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노동시장 개혁이 더딘 데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동생산성이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기초체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의미로 잠재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96.7로 전년 같은 기간(99.4)보다 2.7포인트 감소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지난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았던 2009년(90.8)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생산성은 투입 노동량에 대한 산출량 비율로, 생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예컨대 근로자가 10시간에 1만원어치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다 같은 시간 일하고도 5000원의 부가가치만 생산해냈다면 노동생산성은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노동생산성 지수는 2010년 100을 기준으로 2011년 102.5로 올랐다가 2012년 102.2(-0.4%), 2013년 100.8(-1.3%), 2014년 99.3(-1.6%) 등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항공기 등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분야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지난해 3분기 66.4를 기록하며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2010년보다 노동생산성이 40% 가까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조선업종 등의 노동생산성 하락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경직성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부진을 노동생산성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더뎌지면서 산업 전체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경기에 따라 업황이 어두운 기업은 근로자를 줄이고 좋은 기업은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노동시장이 경직돼 유연성이 떨어진 것도 생산성을 하락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동개혁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못지않게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