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춘제(春節·음력설)를 맞아 무려 6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해외 여행에 나서 900억 위안(약 17조244억원) 어치의 쇼핑을 했다.

이들이 해외에서 사들인 물품엔 수백만원짜리 고가사치품과 스마트 비데, 전기밥솥 등 고급내구재도 있지만 상당수는 어린이감기약, 생리대, 스타킹, 콘돔, 손톱깎이, 전동칫솔 등 저가 일용품으로 나타났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인들이 국내에도 있고 첨단기술을 투입한 것도 아니며 명품도 아닌 물건을 해외까지 가서 사오는 실상을 19일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유명 브랜드의 콘돔, 생리대, 손톱깎이, 텀블러, 감기시럽, 용각산(진해거담제) 등을 많이 사고 한국에선 파마염색약, 샴푸, 한방생리대, 봉지들이 라면, 허니버터아몬드(과자)를 대량 구입한다고 전했다.

또 미국에선 유명화장품, 건강보조제, 의류상점을 즐겨찾으며 유럽에 간 관광객들은 만년필, 칼, 필립스전동칫솔, 열쇠고리 등을 즐겨찾는다.

일본의 한 면세점 판매원은 "작년 전기밥솥, 스마트 비데, 공기정화기 등이 중국인 관광객 인기를 끌었으나 올해는 전기면도기, 보온병, 식품, 약품 등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오사카 모 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들의 저가 일용품 구매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이 작년보다 2.6배 증가했다.

한국행 여행객도 값싸고 질 좋은 일용품에 눈길을 주고 있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로 관광가이드를 하는 유학생 왕난(王楠)씨는 "화장품, 피부관리제, 샴푸 등 생활용품과 더불어 간식과 문구류도 인기상품"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이처럼 외국산 일용품 구매열기에 대해 품질, 가격, 안전 등에서 중국산에 비해 강세라고 분석했다.

화장품, 의류, 가방, 약품 등 중국산 품질이 한국·일본산 등에 비해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하이(上海)에 사는 왕판(王帆)씨(여)는 매년 한국에서 가서 팩, BB크림을 구입한다.

왕씨는 "중국에 좋은 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짜가 많고 전문점에서 사도 부작용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중국산 일용품이 제조기술, 디자인, 제품개발 측면에서 경쟁국에 뒤떨어진다"며 "가격 대비 품질이 뒤지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