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차' 마이바흐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으로
독일 다임러그룹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마이바흐는 한때 국내 대기업 ‘회장님 차’의 대명사였다. 7억원이 넘는 가격, 수작업으로 제작한 차체, 화려하게 장식한 인테리어 덕에 ‘부의 상징’으로 불렸다.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마이바흐를 애용했다. 최근엔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최근 차를 마이바흐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으로 바꿨다. 차값만 6억원이 넘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다. 김 회장도 마이바흐를 처분하고 롤스로이스 팬텀과 현대 에쿠스를 번갈아가며 이용하고 있다. 이 회장의 마이바흐는 그가 2014년 5월 입원한 뒤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그룹 회장들이 마이바흐 대신 롤스로이스를 택하는 건 마이바흐가 더 이상 ‘초고가 럭셔리 세단’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바흐는 원래 독립 브랜드였으나 4년 전 폐지됐다. 지금은 다임러그룹 산하의 메르세데스벤츠 최상위 모델에 마이바흐라는 이름을 붙인다. 7억원대 마이바흐도 단종됐다.

현재 판매가격(국내 기준)은 마이바흐 S500이 2억3000만원, S600(사진 왼쪽)이 2억9100만원이다. 5억원 이상의 초고가 럭셔리 세단을 원하는 이들에겐 마이바흐보다 롤스로이스가 더 매력적인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예전 마이바흐는 단종되다 보니 부품 수급과 사후관리(AS) 등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이바흐 오너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롤스로이스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회장과 김 회장 외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등도 롤스로이스 팬텀을 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 회장은 2억원대의 벤츠 S클래스를 갖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젊은 부회장’이라는 이미지를 감안해 평소에는 국산차인 체어맨 V8 5000 시리즈를 탄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BMW 7 시리즈를 애용하고 있다.

남윤선/최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