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정기예금 유동화시장…"올해 100조"
2년 새 340% 급증…일부선 쏠림 우려도
지난해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급증은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의 영향이 컸다.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지난해 전년(47조6000억원) 대비 65.5% 늘어난 78조8000억원이었다. 2013년(17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340% 급증한 셈이다.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은 중국 은행들이 주도했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 은행들의 국내 지점과 해외 지점 예금은 지난해 유동화된 전체 정기예금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은행 중에서 중국건설은행의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액이 13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자국 통화인 위안화보다 달러화 예금, 홍콩달러화 예금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의 발행 구조를 보면 증권회사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해 은행에 거액의 정기예금을 맡기고 통상 0.4~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는다. 이렇게 우대금리를 받은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해 유동화증권 형태로 되팔면 0.1~0.2%포인트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기관투자가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이 편입된 만기 1~6개월 신탁상품에 가입하는 형태로 단기 자금을 운용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특정 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정기예금 규모에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투자를 통해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외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연 2%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외화 정기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추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내 위안화 예금 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이뤄지면서 위안화 정기예금 유동화의 장점이 줄긴 했지만, 달러화 정기예금 유동화가 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대부분 1년 미만 만기라 차환 수요가 충분하고, 기관투자가의 투자 동향을 감안할 때 올해도 원화뿐만 아니라 외화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정기예금 유동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추세라면 정기예금 유동화금액이 1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특정 자산에 쏠린 자금은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중국 은행의 시스템 문제가 국내 기관투자가에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은행 정기예금이 기초자산인 증권. 증권회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을 발행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판매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