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유동화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가의 뭉칫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에 몰리면서다. 여기에 공격적으로 영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국 은행들의 대규모 예금 유치 수요까지 맞물려 올해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돈 몰리는 정기예금 유동화시장…"올해 100조"
18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204조4704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107조8096억원)보다는 89.7% 늘었다. 자산유동화증권(asset backed securities)이란 기업이나 은행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이다.

지난해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급증은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의 영향이 컸다.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 발행액은 지난해 전년(47조6000억원) 대비 65.5% 늘어난 78조8000억원이었다. 2013년(17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340% 급증한 셈이다.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은 중국 은행들이 주도했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 은행들의 국내 지점과 해외 지점 예금은 지난해 유동화된 전체 정기예금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은행 중에서 중국건설은행의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액이 13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자국 통화인 위안화보다 달러화 예금, 홍콩달러화 예금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의 발행 구조를 보면 증권회사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해 은행에 거액의 정기예금을 맡기고 통상 0.4~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는다. 이렇게 우대금리를 받은 정기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해 유동화증권 형태로 되팔면 0.1~0.2%포인트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기관투자가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이 편입된 만기 1~6개월 신탁상품에 가입하는 형태로 단기 자금을 운용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특정 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정기예금 규모에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투자를 통해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외화 정기예금 유동화증권은 시장 상황에 따라 연 2%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외화 정기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추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국내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중국 내 위안화 예금 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위안화 평가 절하가 이뤄지면서 위안화 정기예금 유동화의 장점이 줄긴 했지만, 달러화 정기예금 유동화가 이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대부분 1년 미만 만기라 차환 수요가 충분하고, 기관투자가의 투자 동향을 감안할 때 올해도 원화뿐만 아니라 외화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정기예금 유동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추세라면 정기예금 유동화금액이 1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특정 자산에 쏠린 자금은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중국 은행의 시스템 문제가 국내 기관투자가에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은행 정기예금이 기초자산인 증권. 증권회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증권을 발행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판매한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