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로 SK그룹에 편입된 지 4년이 된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D램 21나노미터(1㎚=10억분의 1m) 제품과 36단 3D낸드 플래시 생산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에 비해 1년6개월 가까이 뒤처졌던 기술 격차를 6개월 이내로 좁히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기술 개발이 부진해 계획대로 기술 격차를 좁힐지는 미지수다.
SK그룹 편입 4년 맞아 재도약 의지…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기술격차 좁힌다
◆“미세공정 기술 따라잡는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된 뒤 승승장구했다. 2014년 1분기 1조5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7분기 연속 1조원을 넘겼다. 상승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꺾였다. D램값 하락으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9890억원)로 떨어졌다. 내부적으론 미세공정 기술 개발이 계획보다 늦춰졌다.

미세공정 기술은 D램의 크기와 회로선 폭을 줄여 같은 지름 30㎝의 웨이퍼 한 장에서 더 많은 칩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칩이 작아지면 전자 이동이 원활해져 칩의 성능은 개선되고 전력 소모는 줄어든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말 29㎚ 기술로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2014년 상반기 25㎚ 양산에 돌입했다. 한때 2년 이상 벌어졌던 선두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6개월까지 좁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1㎚ 개발에서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6개월까지 좁혔던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최소 1년 반 이상으로 다시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낸드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D램에 강한 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낸드에 집중 투자했다. 명실상부한 메모리 업계 2위가 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낸드에선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신기술인 3차원(3D)낸드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2013년 하반기 첫 3D낸드 생산에 돌입한 삼성전자는 작년 8월부터 48단 제품을 양산 중이지만, SK하이닉스는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36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한다. 올해 말이면 평면 낸드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48단 제품 생산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D램도 21㎚ 제품 생산을 곧 시작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D램 10㎚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 양산에 나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다시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업체 위협도 ‘상존’

지난해 10월 3만8000원대였던 SK하이닉스 주가는 18일 3만2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달에는 2만5000원대까지 떨어졌었다. 중국 변수가 컸다.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웨스턴디지털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낸드업체인 샌디스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등 메모리산업에 진출한 영향을 받았다.

SK하이닉스에 다행인 점은 칭화유니가 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칭화유니의 자회사 시안유니IC가 증자를 했지만 800억위안 중 200억위안만 조달에 성공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웨스턴디지털의 주가가 떨어져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