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에 일본·유론존까지…G2 아닌 G4 리스크 우려"
"'잽'도 누적되면 충격 커져…단기 거시정책도 신축적으로 대응"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에서 너무 급격한 변동이 있으면 정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18일 경영자총협회가 서울 조선호텔에서 주최한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살펴보고 있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움직이는 것에 대해 구조적으로 어떻게 된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분명한 움직임이라고 보긴 조금 어렵다. 분석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이어 "국제금융시장 자체가 조금 혼란스러운 모습"이라며 "지난달 수출 둔화가 큰 충격이었지만 중국이나 일본도 비슷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외환 건전성 제도에 대해서는 "제도는 웬만큼 만들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라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강연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하방 요인에 대해 "주요 2개국(G2) 리스크가 아닌 G4(주요 4개국) 리스크가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G4는 흔히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에 유럽연합(EU)과 일본을 포함한 개념이다.

유 부총리는 "중국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 크고, 미국은 금리를 4차례 인상할 것으로 봤다가 오히려 횟수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일본도 상상하지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럽도 여전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유가 등 대외 위험요소 중 예상했던 것도 있지만 일본의 상황 등 예상보다 조금 더 나쁜 것도 있다"며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제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시장이 큰일 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부총리는 "권투에서도 잽을 계속 맡아 누적되면 KO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피해가 계속돼 진짜 피해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을 상시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시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단기 정책도 적극적이고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론적으로는 (거시 경제는) 경기 흐름에 따라 그냥 두는 것이 좋지만 너무 급격하거나 골이 깊으면 정부가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의 강연 후 박병원 경총 회장은 유 부총리에게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은 정년 연장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개편이 더딘 상황"이라며 "각 부처 장관들에게 소관 업종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확산하도록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공공부문 임금 개편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고민하면서 독려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