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수협 쪼그라들면 어업인 기댈 곳 없어져…수협법안 반드시 국회 통과해야"
“수협 조직 개편안을 담은 수협법은 반드시 19대 국회 내에 통과돼야 합니다. 수협이 작아지면 어업인들은 정말 기댈 곳이 없어집니다.”

17일 서울 오금로에 있는 수협중앙회에서 만난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68·사진)은 인터뷰 내내 한국 수산업의 미래를 걱정했다. 최근 가장 크게 신경쓰고 있는 현안으로는 ‘수산업협동조합법(수협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꼽았다. 김 회장은 “신용 부문과 경제 부문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수협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수협은행의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진다”며 “수협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면 결과적으로 어업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취임 1년이 됐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수협의 수익성 확보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지난해 8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대규모 흑자를 냈습니다. 전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수치죠. 수산업이 사양화되는 시점에서 수협이 돈이 있어야 어려운 어민들을 도울 수 있어요.”

▷가장 신경쓰고 있는 현안은 무엇입니까.

“수협 구조개편안을 담은 수협법 개정안 통과입니다. 19대 국회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하면 법안이 폐기될 위기에 몰립니다.”

▷수협 구조 개편은 꼭 필요합니까.

“수협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 내용은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 신설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기존 어업인을 위한 경제사업은 유통·판매·수출 중심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강화된 은행 자본규제(바젤Ⅲ)로 협동조합 방식의 은행업 지속이 곤란한 상황입니다. 수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로부터 받은 1조1581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 있는데 바젤Ⅲ 기준으로 공적 자금은 자기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하기 때문이죠. 바젤Ⅲ를 적용받으면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크게 떨어져 영업 활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됩니다. 신용 부문과 경제 사업부문이 분리되면 BIS비율이 15.4%로 높아져 국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수협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어업인들에게는 어떤 피해가 예상됩니까.

“시중은행 중 바젤Ⅲ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금융기관은 수협 하나뿐입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수협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자금 조달 비용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협 경쟁력이 약화되면 어업인과 수산업에 대한 지원 기능도 약화되고요. 자원 고갈, 선원 고령화 등 해묵은 과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수협이 경쟁력을 갖추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국 수산업계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겁니다.”

▷현대식으로 지은 새 노량진수산시장에 일부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일부 상인들이 ‘매장이 더 작다’는 이유를 들면서 입주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근데 매장 크기는 같아요. 억지를 부리는 거죠. 매장 상인들은 다음달 15일까지 입주를 마쳐야 합니다. 이주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할 겁니다. 수협이 운영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상인이 아니라 어업인을 위한 시장입니다. 상인이 주인이 아니라는 얘기죠. 어업인이 잡은 고기를 더 많이 팔고, 소비자에게 좀 더 싱싱한 고기를 좋은 환경에서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평생 임차권’을 가진 상인들은 이미 연 매출 5억~10억원씩 올리며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임대료도 턱없이 낮고요. 항의가 계속된다면 그 시장 상권을 어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가 탈락했습니다. 어디에 원인이 있었다고 봅니까.

“원인은 정확히 알려주지 않더군요. 지역 균형성장 측면에서 서울에 있는 노량진이 떨어지지 않았나 추측만 할 뿐입니다.”

▷기존 부지는 어떻게 활용할 생각입니까.

“애초 계획에서 카지노만 빼고 모두 그대로 갑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정할 겁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고급 호텔, 오피스텔, 레스토랑, 놀이시설, 아쿠아리움, 해양박물관 등이 들어서게 됩니다. 바다에서 평생을 지낸 저는 바다를 잊고 사는 서울 사람들을 보면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바다 냄새가 나고,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사후면세점도 신청해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복합리조트가 개장하면 연간 15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 돈은 바다자원 보호와 어업인을 위해 쓸 겁니다.”

▷어떤 기업이 입주합니까.

“다양한 기업이 입주를 위해 문의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호텔체인인 샹그릴라도 최근 입주에 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한국 해양수산업은 노후화된 어선, 어촌 인구의 고령화 등 쉽지 않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원에 대한 각종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최근 한국 연안의 어자원이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어선들이 몰려와 어자원을 남획하고 치어(稚魚)를 무분별하게 잡기 때문입니다. 단속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부터 어획량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마리 잡던 걸 5마리만 잡게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어업인들의 소득은 어떡하느냐는 질문이 나올 겁니다. 정부나 중앙회가 선원들의 소득을 보존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유통구조 개선도 필요합니다. 고등어 한 마리가 100원이라 치면 생산자 몫은 고작 37원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63원은 모두 유통비용이에요. 이런 구조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지는 게임’이 될 겁니다.”

▷수산업을 꺼리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바다야말로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시중의 인식이에요. ‘돈이 안 되고 몸이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막상 경험해 보면 바다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바다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문화적 요소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바다에 대한 희망적 노래가 불리고, 해양문학도 발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바다를 동경하게 해야 합니다.”

▷수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숭고함과 도전의식을 그린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5년여 전 유명 감독에게 1억원을 줘 바다에 대한 영화 시나리오를 써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에게 바다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이들의 경험담을 모아서 주고, 바다 체험도 시켜줬죠. 그렇게 해서 20여편의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모두 바다를 힘들고 슬픈 곳으로만 그리더라고요. 일단 없던 일로 했습니다. 하지만 수협 회장직에 재직하는 동안 반드시 희망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고 싶습니다. 올해엔 지역별로 해양 가요제도 열 생각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