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기계 업체들의 활발한 해외진출과 외국계 업체들의 인수·합병(M&A) 전 참여로 농기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내수에 집중하던 국내 기업들은 정체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 사이 해외 업체들은 품질력을 앞세워 국내 농가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1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시장은 2000년 전후로 1조2천억원대까지 성장했다가 정체와 감소를 반복하면서 지난해 8천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기계 시장에는 대동공업·LS엠트론·동양물산·국제종합기계 등 국내 업체 4곳과 구보다코리아·얀마농기코리아 등 일본 기업 2곳이 시장점유율 상위기업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대동공업은 동남아와 아프리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약 6천억원 매출을 올린 대동공업은 이미 2014년부터 국내매출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고 해외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얀마 정부 산하기관과 합작회사를 만들고 미얀마 농업기계화 연구소 설립에 대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미얀마 현지에 중대형 트랙터와 콤바인 등 다양한 종합형 농기계를 전파하고 인근 라오스와 태국 등 인근 동남아시아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LS그룹 계열사 LS엠트론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서 친환경 엔진을 적용한 트랙터로 선진 농기계 시장을 공략하는가 하면 6마이크로미터(㎛) 전지용 동박 수출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전지용 동박은 두께 10㎛ 이하의 얇은 동박(copper foil)인데 전기차·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다.

LS엠트론은 글로벌 전자 업체 등을 통해 이 전지용 동박 매출을 늘리고 있다.

모회사 동국제강이 지분매각을 결정한 국제종합기계의 경우 현재 M&A가 진행중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대동공업과 LS엠트론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매각 일정이 진행되면서 미국계 뉴홀랜드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 등 외국 업체나 사모펀드(PEF) 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농기계 업체들이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할 경우 현재 10%대 중반인 해외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대 중후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간 국내 농가들이 사후서비스가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국내 농기계를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높아도 잔고장이 적은 유명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어 이들 업체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기계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는 품질력과 엔저에 따른 가격 하락을 내세워 국내 농가를 공략하고 있고, 내수 시장에 주력했던 국내 업체는 농업이 발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