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6 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만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과 평가’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6 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만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통화정책 대응과 평가’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대(對)중국 수출 비중을 줄이고 미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맞교환)를 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7일 “중국이 수출 주도 성장에서 내수 위주 성장으로 전환하면서 향후 6% 이하의 저(低)성장이 예상되고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자본 유출에 따른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서울대에서 개막한 ‘2016 경제학 학술대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시아경제학회와 한국국제금융학회가 공동 개최한 ‘위안화 환율 변동과 한국의 정책과제’ 세미나에서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도 중국 경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오 교수는 “중국에서 과잉 투자와 설비가동률 하락, 재고 증가로 기업 부채가 늘고 부실채권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쌓여 있는 주택 재고도 2019년은 돼야 해소될 수 있어 중국 경제가 2019년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기 둔화로 위안화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 진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업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있고 일부 은행이 부실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돈을 풀어 정상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불황을 수출하는 경쟁을 하는데 중국만 화폐 가치를 유지하고 있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본 유출에 따른 위안화 약세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 교수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려 60% 선까지 떨어져 있는 가동률을 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위안화 평가절하로 외국인은 물론 중국인도 해외로 돈을 빼면 위안화의 추가 약세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경기 둔화로 소비가 줄면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27%에 달하는 한국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경기 활력을 살리고 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글로벌 공급 과잉은 향후 2~3년 지속될 것”이라며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통해 인력·기업 구조조정의 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2~3년 뒤 한국 경제는 파탄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자본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정식 교수는 “위안화와 원화가 연동되며 원화까지 평가절하되면 한국에서도 자본 유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외환보유액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학술대회 만찬 연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930년대 대공황의 ‘부채 디플레이션’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상식을 뛰어넘는 정책을 펴는 것을 보면 위기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 완화로 대응했지만 “경기진작 효과는 적고 또 다른 부작용을 키웠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경제변수 간 인과관계가 대단히 흐트러지고 상식을 뛰어넘는 결과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경제학 원로들은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가 시장경제원리와 인재 개발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회복지제도는 필요하지만 경쟁 성공자들이 얻은 소득까지 재분배하는 것이어서 재산권을 침탈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재산권 침탈이 없어야 공정한 자원 배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전 배포한 ‘우리의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른 표준)-그 본질과 처방’이라는 발표문에서 한국이 당면한 문제로 △경제의 성장 잠재력 추락 △정치 혼란 △사회의 갈등과 분열 △국민의 풍기(風紀) 퇴락을 거론한 뒤 “중소기업을 육성해 세계적 기업을 키우고 인재를 ‘돈의 노예’가 아닌 진짜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수/김유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