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메르세데스벤츠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기아자동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 등에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벤츠 같은 해외 프리미엄급 자동차 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배터리사업에서 글로벌 선두업체인 LG화학, 삼성SDI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게 됐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가속페달'
◆벤츠 전기차에 SK 배터리 탑재

SK이노베이션은 메르세데스벤츠와 리튬이온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셀을 팩으로 조립해 2017년 이후 내놓는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계약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단일 전기차 모델이 아니라 여러 차종의 다양한 모델에 대규모로 배터리를 공급한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사진)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한국, 중국, 유럽의 최고 자동차 회사들과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며 “기아차, 베이징차, 메르세데스벤츠 등 파트너들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가속페달'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을 2004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상업화하는 데 성공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하지만 LG화학, 삼성SDI 등에 밀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규모는 LG화학, 삼성SDI보다 훨씬 작다.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부문 매출(휴대폰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 포함)은 각각 3조원을 넘는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정철길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정 부회장은 가장 먼저 SK이노베이션의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을 증설하는 결정을 내렸다. 총 450억원을 들여 생산능력을 종전 400메가와트시(㎿h)에서 800㎿h로 두 배로 확대했다. 서산공장은 국내외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풀가동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작년에 3380억원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관련 매출이 올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포함한 신에너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SK E&S의 친환경 에너지타운 사업, SK D&D의 풍력발전 사업 등도 포함된다. SK이노베이션은 220만대 규모인 세계 전기차 시장이 2020년 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