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회의] 서울 양재·우면 '도심형 R&D단지'로 키운다
LG·KT 등 대기업 R&D센터 밀집지역…토지규제 완화로 추가시설 유치
고양에 한류콘텐츠·자동차복합단지…수도권에 규제완화 혜택 집중


정부가 서울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를 대·중소기업 연구소가 밀집된 연구개발(R&D) 단지로 키우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도심형 R&D 집적단지 조성 등 기업투자 프로젝트 6건의 지원안을 확정했다.

관계기관 협의가 지연되거나 정부 규제로 가로막혀 기업들이 계획만 세워놓고 가동되지 못하던 이른바 '현장대기' 프로젝트들이다.

정부는 우선 양재·우면동 일대 부지 100만평을 지역특구로 조성해 R&D시설 입주를 위한 각종 특례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는 LG전자와 KT의 R&D센터를 비롯해 대기업과 280여개 중소기업의 연구소가 모여 있다.

2020년 이후에는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본사도 글로벌 R&D센터로 바뀐다.

이처럼 투자 여건이 우수한데도 용적률 등 개발 규모가 제약돼 있어 기업들은 양재·우면동에 시설을 증축·신설하기 어려웠다.

양재IC 인근에 대규모 부지가 있지만 유통·물류 관련 R&D 시설만 입주할 수 있는 '유통업무설비'로 지정된 상태다.

정부는 양재나들목 일대 유통업무설비 부지, 우면동 대기업 연구소 밀집지역, 매헌역 인근 중소기업 R&D시설 밀집지역을 특구로 묶어 R&D시설 용적률·건폐율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우면동 일대 공공부지에 창업보육공간 등 기업 R&D 지원시설을 짓고, 인근의 판교 테크노밸리와 연계해 'R&D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규제 특례, 각종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17년부터 R&D단지 조성이 시작되면 3조원의 기업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LG와 KT는 9천억원 이상의 R&D시설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의 토지 규제도 완화된다.

정부는 현재 5년인 서비스업의 공유지 대여 기간을 제조업과 같은 수준인 20년으로 늘려 한류 문화콘텐츠시설 집적단지인 'K-컬처밸리' 조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양시 내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해 튜닝·정비·매매 등 자동차 관련 시설이 모인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도 지원한다.

경기도 의왕시의 대체산업단지, 충남 태안의 타이어 주행시험센터를 만들기 위한 토지 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또 농업진흥구역 내 저수지 39곳에 수상태양광 발전 시설과 부대시설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장 대기 프로젝트 6건이 가동되면 '6조2천억원+알파(α)'의 기업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양 K-컬처밸리 1조4천억원, 고양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8천억원, 의왕 산업단지 6천억원, 태안 타이어주행시험센터 3천억원,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1천억원 등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규제 완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계속해서 수도권 개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확정된 현장 대기 프로젝트 6건 중 5건이 수도권에서 진행된다.

앞서 발표된 정부의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경기 동북부 지역에 대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현장 대기 프로젝트와 수도권 규제 완화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기업 투자에 애로가 있는 프로젝트를 파악하다 보니 공교롭게 6개 중 5개가 수도권에 있었을 뿐 수도권 규제 완화와 같은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