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조정 효과 불확실하고 금융불안 부작용도 우려
이주열 "추가 인하여력 평가에 동의한다"며 여지 남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2월에도 기준금리 동결 카드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갔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에서 8개월째 동결했다.

이는 통화정책 운용에 큰 변화를 주기에 부담이 적지 않은 대내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통위원들은 결국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와 중국 경제의 불안 확산에 미국, 일본, 유럽의 증시와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선진국 금융시장까지 크게 출렁이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최초로 도입한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지난 주 폭락 후에 15일엔 7% 이상 폭등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여기에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고조로 엔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발 리스크도 한국 경제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자칫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또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1천2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 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지금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기준금리 조정의 기대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 자금의 유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결정 시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당장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할 정도로 국내 경기 상황이 다급하지 않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수출 감소세가 확대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세도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앞으로 국내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기대감도 내비쳤다.

기준금리 인하가 현 경기 상황을 부양하는 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 불확실하다는 의구심도 동결 쪽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금융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이상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총재도 간담회에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거론하며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경기대응 정책이다.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중소기업에 금융중개지원대출 자금 9조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의결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동결됐지만 동결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성근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 금리가 실물경기의 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추가 인하의 여력이 있다는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향후 상황에 따라 내릴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간소비와 수출 등 국내 경기와 국제금융시장 상황,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등이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로 보인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가계 부채 등의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한은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