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예금 급증, 주택융자 갈아타기, 수수료 인상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16일부터 시행됐다.

마이너스 금리는 도입되기 전부터 이미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금자들은 자신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불안한 목소리를 낸다.

거래 금융기관을 바꾸거나, 주택융자를 재대출해 이자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16일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아 시민들은 무엇보다 자산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마이너스금리 시대는 우선 연금 생활을 하는 고령자들에게 어려움을 준다.

도쿄도내에 사는 한 남성(77)의 자산은 주식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행예금이다.

연금은 월 20만엔(약 212만원) 정도다.

그는 최근 질병 등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15일 보통예금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001%로 낮췄다.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예금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위스에서는 일부 금융기관 개인예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돈을 맡길 때 수수료를 내는 사례가 생겼다.

일본에서는 개인들의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낮아지는 조짐은 아직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15일 "개인예금 금리를 마이너스로 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수수료 인상설 등으로 불안하다.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 시중은행들이 송금료 등 각종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

구로다 총재도 은행들이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허둥대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하지만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향후 엔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외화예금자가 손해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엔 예금을 줄이고, 외화예금을 늘리는 개인이나 은행이 늘어나고 있다.

유럽 상당수 국가를 제외하면 외화예금의 금리가 다소 높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의 최근 발언으로 볼 때 앞으로도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금의 반은 1년, 나머지는 2∼3년의 정기로 해도 좋다"고 추천하는 전문가도 있다.

개인들이 자산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례가 늘자 재테크 조언을 하는 전문가인 '파이낸셜플래너'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대형 은행보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인터넷 지점에의 예금'을 추천하고 있다.

더 싼 이자의 주택대출로 갈아타기 위한 설명회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최저금리가 연간 0.050%인 개인용 국채도 대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강점이 있다.

종신보험이나 개인연금보험 등 보장 기간이 긴 보험료는 향후 보험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보험상품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대형은행의 순이익은 8%, 지방은행은 15% 줄어들 것이라고 미 신용평가기관 S&P가 15일 발표할 정도로 은행들의 타격도 크다.

금융시장의 전문가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의 도입 결정으로 작은 재료에도 국채 가격이 요동친다.

손으로 더듬어가는 수준으로 장세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신정책 발표후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국채는 은행의 주문이 급증했다고 한다.

9일에는 장기금리가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됐다.

16일부터 마이너스금리를 실행했지만 일본은행은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갑자기 크게 바뀔 일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금까지도 금융기관이 맡긴 예금에 대해 매달 16일부터의 1개월간 평균 잔고를 바탕으로 이자를 매겼다.

이에 따라 새 정책으로 금융기관이 지불하는 최초의 이자는 3월 15일 이후 결정된다.

금융기관들이 이전에 맡긴 210조엔(약 2천228조원)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플러스 0.1%의 금리를 적용한다.

마이너스금리를 적용하는 잔고는 10조~30조엔에 그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4월 20일 마이너스 금리분을 뺀 이자를 금융기관에 지불할 예정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마이너스금리 그 자체보다는 회복중이던 일본경기가 꺾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보험료의 인상이나 소비세 증세 등 최근 가계의 부담이 계속 늘어나면서 고용이나 임금 동향에 의한 악영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