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연안국·이란·미국 등 수출 경쟁…런던시장 가격 피크때의 절반 이하

연초부터 세계를 뒤흔든 원유가 하락 파동에 이어 이번에는 천연가스의 공급과잉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2009~2010년에 걸쳐 이스라엘 앞바다 등 지중해 일원에서 대형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돼 관련국들이 대(對)유럽수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세계 최대의 가스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이 서방의 제재해제를 계기로 천연가스 수출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재고가 크게 늘어난 미국도 다음달부터 천연가스 수출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공급과잉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약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지난달 28일 지중해의 섬나라인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2주전 이뤄진 서방의 대이란 제재해제로 심기가 불편해진 네타냐후 총리도 이날만은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3국은 7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에너지 분야의 협력이다.

이스라엘과 키프로스 연안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를 그리스를 경유해 유럽에 수출하는 내용이다.

지중해에서는 거대한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2009년에 타마르, 2010년에 리바이어던 가스전이 발견됐다.

리바이어던은 추정 매장량이 무려 6천200억㎥에 달하는 거대 가스전이다.

이스라엘 정부와 개발주도 기업이 소유권을 놓고 격렬히 대립했으나 마침내 수출에 나서게 됐다.

키프로스에서도 2011년에 추정 매장량 1천500억㎥의 아프로디테 가스전이 발견됐다.

역시 지중해 연안국인 이집트에서도 작년에 추정 매장량 9천300억㎥가 넘는 조프루 가스전이 발견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집트는 우선 국내소비에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의 쓰치야 이치키(土屋一樹) 연구원은 "가스를 액화해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도 수출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란 국영기업 간부는 외국 언론에 2년내에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셰일혁명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과거 최고 수준에 달하는 바람에 국내 재고가 넘치고 있다.

미국은 재고조절을 위해 3월중 수출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첫 수출지역은 유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 연안국과 이란, 미국이 모두 대 유럽수출을 추진하는 셈이다.

가스 수요의 3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대립한 것을 계기로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 가스공급은 중단되지 않았지만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수입선 다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각국의 수출경쟁에도 불구하고 유럽 자체의 경기부진으로 천연가스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010년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서 작년 소비량은 2010년에 비해 20%가 줄어든 4천억㎥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화력발전 원가면에서 유리한 석탄으로의 연료전환까지 추진돼 천연가스는 남아도는 상태다.

이런 사정을 반영, 런던 시장의 가스 가격은 100만BTU(영국열량단위) 당 4달러 전반대에서 형성돼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3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터에 지중해 연안국을 비롯, 새로 가스 생산을 시작하는 국가들의 수출공세는 가격하락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는 가스수출입은 장기계약이 기본이지만 생산국과의 협상에서 "다른 수출국도 있음을 내비치는 방법으로" 유럽에 비해 40% 정도 비싼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가격을 낮출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